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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2019년 본 영화

BIBC/빕 2019. 3. 10. 01:39

1.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 (Ghost in the Shell, 2017)
헐리우드적 서사와 인류애와 정의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버리지 못해 그저 그런 SF영화가 되고 말았음. 애니메이션에 결코 뒤지지 않는 영상미와 기술력은 단연 장점. 공각기동대의 차갑고 꿉꿉한 미래세계가 그대로 구현됐다.

2. 어쩌다 로맨스 (Isn't it Romantic, 2019)
서사가 엄청 재밌다거나 메시지가 신선하다기보다는 롬콤 장르의 비현실적인 설정을 놀리는 메타 개그가 재미있는(그리고 사실 그게 다인) 영화. 에이미 슈머(< 아이 필 프리티>)나 레벨 윌슨처럼 전형적인 로맨스 영화 여주인공 스타일에서 벗어난 배우들이 로맨스 코미디 영화를 슬슬 찍고 있는데, 앞으로는 이런 배우들이 어떠한 설정도 설명도 없이 로맨스 장르의 주연으로 나오는 영화들도 나왔으면 좋겠다.

3. 페이트 스테이 나이트 헤븐즈 필 제2장 - 로스트 버터플라이 (2019)
워낙에 동인으로 흥한 장르인데다 최근 모바일게임의 성공으로 유입이 많아져 여덕들이랑만 덕질해서 잊고 있던, 페이트 시리즈는 사실 야겜 원작이라는 걸 뼈저리게 상기하게 되는 영화. 지고지순하고 청순하지만 사실은 어릴 때부터 음충과 이복오빠에게 지속적으로 강간당해~~ 좋아하는 센빠이의 곁에만 있어도 젖는~~ 이런 빻타지를 부끄러움도 모르고 빅 스크린에 2시간 동안 펼쳐놓는다. 심의할 때 뭐 했냐 이런 거는 좀 규제해라 싶을 정도.

4. 드래곤 길들이기3 (How To Train Your Dragon: The Hidden World, 2019)
투슬리스가 히컵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성장기 그 자체로 보였던 1편의 아름다운 우정이 2편에서 드래곤들의 편리한 탈것+애완동물화로 삐끗하더니 3편에서 인간-드래곤의 관계로 다시 동등한 친구이자 독립된 존재로 깔끔하게 마무리지었다. 드래곤 길들이기 시리즈는 가부장제 냄새 너무 심하게 나서 역하긴 한데 투슬리스와 히컵을 사랑했다면 3편을 보고 울지 않을 수 없을 것.

5. 기생충 (Parasite, 2019)
가난한 이들을 연민하되 시혜적으로 보지 않고, 가난의 밑바닥을 드러내되 전시하지 않는 영화. 상층에 기생하는 하층이 있고 그 하층 속에도 계층이 있고... 다분히 한국인다운 결심을 하며 영화는 끝을 맺지만 그것이 결코 현실이 되지 못할 것임을 우리 모두 안다

6. 분노의 질주: 홉스 & 쇼 (Fast & Furious Presents: Hobbs & Shaw, 2019)
원래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가족... 패밀리... 강조하면서 일단 다 때려부수고 봐야 하는데, 좀 더 제너럴한 헐리우드식 문법을 끼워넣으면서 <분노의 질주> 시리즈의 특색은 사라지고 평이한 영화가 되어 버렸다. 되도 않는 상황에서 되도 않는 대사를 치며 되도 않는 카체이스신이 분노의 질주의 매력인데, 기존 시리즈보다 좀 더 스토리라는 걸 넣어보려다 실패한 것 같기도. 그리고 새로운 시리즈 나올 때마다 남주한테 애인 만들어주려고 하지 마 안 그래도 돼... 그리고 가계도의 어디까지 올라갈 셈이야 쇼마저 여동생을 희생해서 가족으로 영입하겠다는 저 의지...

7. 다크나이트 (The Dark Knight, 2008)
조커 개봉 기념(하지만 왓킨 피닉스가 케이시 에플렉 공범이라 보지 않을)으로 다크나이트를 다시 보게 되었는데 다크나이트 조커는 사회에서 배척 받은 소수자라는 인상도 거의 없고 바다 한가운데서 발생한 허리케인 같은 느낌인데 어쩌다 조커가 인셀의 아이돌이 되었는지 의문이다. 그저 '세상이 불타버리는 걸 보고 싶어하는' 이해할 수 없고 이해할 필요도 없는 악 앞에 독선이나 1인 영웅은 무너지고 결국 일반 시민들의 선의가 악을 무찔렀다는 점에서 완벽한 악의 조형.

8. 다크나이트 라이즈 (The Dark Knight Rises, 2012)
다크나이트로 히어로물을 현실과 가깝게 풀어내어 극찬을 받았던 놀란이 라이즈의 악당으로 판타지 요소가 강한 알 굴 패밀리를 꼽아서 의외였던 기억이 있다(그리고 백인한테 자꾸 출처도 알 수 없는 동양 옷 입히지 마라). 지루한 액션 신이나(크리스토퍼 놀란 정말 세상에서 맨몸액션 제일 못 찍는 사람) 무시하기엔 좀 커다란 구멍이 군데군데 있는 개연성 등 완성도 면에서는 아쉬웠으나 배트맨의 몰락과 자기희생을 끝으로 한 은퇴와 2대 배트맨의 예고까지... 트릴로지의 완결로서는 흠 잡을 데 없는 영화였다. 단지 팬심이 좀 강하게 작용해서 더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는 듯.

9. 리벤지 (Revenge, 2017)
국산 남래퍼 뮤비에서 백댄서 잡는 카메라워킹마냥 주인공을 찍어대더만, 주인공이 강간 당하고 버려지는 순간부터 카메라워킹이 180도 바뀌어 주인공은 전사가 되고 포식자였던 남자들은 사냥감이 된다. 주인공은 몸도 좋고 초반이듯 후반이든 똑 같이 옷도 헐벗고 있지만, 어떤 의도를 갖고 찍느냐에 따라 피사체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천차만별이고 성적인 의도를 담고 찍은 것을 두고 '몸이 좋은 걸 어떡하냐', '벗었는데 어떡하냐' 이런 소리는 개소리란 걸 알게 해 줌. 놀랍게도 한국영화에서 영향을 받았다는 강도 높은 폭력 신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뀌니 엄청난 쾌감을 선사해 준다. 여자라면 누구든 지구 끝까지 쫓아가서라도 죽이고 싶은 남자가 있는 법이다. 

10. 벌새 (House of Hummingbird, 2018)
보고 나서 계속 곱씹게 되는 영화. 내 학생시절의 유리와 지숙이들이 스쳐 지나간다. 날 너무너무 좋아해줬던 친구도 내가 너무너무 좋아했던 친구도 있었고, 제 때 사과를 못 해서 떠나간 친구들도 많았어서. 나는 은회와 같은 세대도, 같은 가정환경도 아니었지만 벌새는 어느 부분에선가 나의 이야기라고 느끼게 된다. 지숙이를 제외하면 항상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 있던 은희가 마지막 장면에서 처음으로 친구들을 바라보는 장면이 너무 좋았다. 

11.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 (Terminator: Dark Fate, 2019)
이 영화가 왜 이렇게 평점이 낮은 거지!? 여성서사 맛집이라는 후기를 보고 보러 갔지만, <미션 임파서블>이나 <분노의 질주> 등 별 생각 없이 때려 부수는 영화들을 좋아하는 입장으로서,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는 2시간 내내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평범하게 재미있는 영화였다. 리메이크나 스핀오프로 나온 것도 아니고, 오랫 동안 사랑 받은 프랜차이즈의 남성 주인공 - 남성 적대자 구도였던 오리지널 스토리라인을 계승하면서 이렇게 완벽하게 여성 중심의 서사로 바꾸어놓은 헐리우드 영화는 처음이다. 너무 부당하게 부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어서 화가 난다. 시간이 흐르면 바뀐 가치와 트렌드에 적극적으로 적응해야 영화가 살아남는 것이지, 올드팬들의 지갑을 열게 햘 향수를 자극하는 이스터에그나 넣는다고(그리고 '오마주'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는) 되는 게 아닌데.


12. 82년생 김지영 (Kim Ji-Young: Born 1982, 2019)
원작 소설을 읽었을 때 이미 더 매운 맛 페미니즘 책들을 접한 터라 특별히 와닿지는 않았지만, 일종의 의리로 보러 갔다. 분명 뭇 남성들의 말도 안 되는 비방과 불만을 들을 게 뻔한데도, 롯데 같은 보수적인 대기업이 사업적으로 판단해서 자본을 대고 대규모 상업 영화로 내놓았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본다. 개인적인 누군가의 이야기보다는 여러 통계치를 모아서 뿌리 깊은 여성혐오의 여러 예시들을 보여주는 르포에 가까웠던 책과 마찬가지로, <82년생 김지영> 또한 여성이 생애주기별로 겪는 차별을 보여주기 위해 에피소드들이 좀 많다 시피 벌어진다. 하지만 말했듯이 <82년생 김지영>은 페미니즘이 인터넷을 달구지만 정작 현실에서는 쉬쉬하는 단계를 넘어서서, 대대적으로 극장가에 걸렸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충분하고 나는 그에 불만 없다.


13. 믿을 수 없는 이야기 (Unbelievable, 2019)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피해사실 자체를 자작극 취급하고, 피해자는 일순간에 친구, 일자리, 그리고 삶을 잃어버린다. 한편 또 다른 주에서는 같은 수법으로 여럿을 성폭행한 연쇄성폭행범을 쫓는 수사가 한창이다. 성폭력 피해자가 관심을 받고 싶어 자작극을 벌인 취급을 당하는 그야말로 정말 '믿을 수 없는' 일인데, 이게 실화 바탕이라는 게 더욱 어처구니가 없다. 같은 경찰이지만 여성이라서 더욱 사건에 분노하고 이를 필사적으로 쫓는 두 여성 형사의 케미도 정말 좋았고, 혼란스러울 성폭력 피해자에게 일관된 진술을 요구하는(사건 후 첫 진술을 바꿀 수가 없다고 한다) 부당한 행태도 조명했다.


14. 그것 2 (It 2, 2019)
이걸... 공포영화라고 불러야 할 지... 성장영화 아닌 지... SF 어드벤쳐 성장물 같은 느낌이라 쫄보임에도 무리 없이 봤다. 스티븐 킹 소설의 배경이 된 도시들은 정말 호기심에라도 가고 싶지 않아진다... 그리고 빅 스크린으로 보니 스티븐 킹 소설 (또)새삼 빻았다. 남자가 다수인 무리의 홍일점 여성은 사춘기 시절 모두에게 욕망되는 주체 이상으로 좀 나아갈 순 없는지?


15. 멋진 징조들 (Good Omens, 2019)
https://bibc.tistory.com/42

 

멋진 징조들 (Good Omens, 2019 Amazon Studios): 원작피셜이라 더 즐거운 TV시리즈

오랫동안 사랑 받은 소설을 영상화할 때 가장 화나는 일은, 다른 매체로 만든답시고 쓸데 없이 붙는 사족일 것이다. 괜히 스케일도 키우고 싶고, 오리지널 캐릭터(으아아악!!)도 넣어보고 싶고... 그런 면에서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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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브로드처치 시즌 1~3 (Broadchurch, 2013~2017)
https://bibc.tistory.com/59

 

브로드처치 (Broadchurch SE1~3, ITV) 후기: 아름다운 바닷가의 끔찍한 사람들

*의식의 흐름대로 쓰는 거라 시즌 1, 2, 3 스포일러를 뿌려댈 예정입니다. 끝까지 범인을 알 수 없는 전개가 매력적인 작품이니 전 시즌 끝내시고 보시길 바랍니다. 시즌 1: 비밀에 싸인 마을 영국의 외딴 바닷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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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제시카존스 시즌 1 (Jessica Jones, 2015)
https://bibc.tistory.com/46

 

제시카 존스 (Jessica Jones, Netflix) 시즌 1 후기: 생존자 영웅

*시즌 1 스포일러 완전 다 스포일러 마블 <제시카 존스>는 기존에 익숙한 <어벤저스>나 <엑스맨> 타이틀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시리즈다. 헐크니 토르니 하는 히어로들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일반 사람들과는 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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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파리의 딜릴리 (Dilili in Paris, 2018)
https://bibc.tistory.com/55

 

영화 파리의 딜릴리 (Dilili in Paris, 2018): 낭만의 도시 파리의 끔찍한 그림자

파리의 딜릴리 원제: Dilili à Paris 감독, 각본: 미셸 오슬로 Michael Ocelot 시놉시스: 문화적 정점에 도달한 벨 에포크 시대의 파리, 의문의 조직 '마스터맨'에 의해 어린 소녀들이 연이어 납치 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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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굿 파이트 시즌 1 (The Good Fight, 2017)
https://bibc.tistory.com/47

 

굿 파이트 시즌 1(The Good Fight S01, CBS) 후기: 트럼프 시대, 교육 받은 여성과 유색인종의 투쟁

일단 너무너무 짱인 포스터를 감상하고 지나가도록 하자.... <굿 파이트>는 2016년 시즌7로 종영한 법정 드라마 <굿 와이프>의 스핀오프이자 시퀄 시리즈로, <굿 와이프>의 조연이었던 다이앤 록하트의 파산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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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투 더 본 (To The Bone, 2019)
거식증을 앓고 있는 주인공이 식이장애 환자들을 위한 공동치료시설에 들어가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실망하고, 나아질 거라 꿈꾸고, 다시 좌절하고, 다시 일어서는 내용을 그렸다. 중반부까지 좋았는데 마지막에 주인공의 남자친구(는 아직 못 됐지만 여튼)가 주인공을 구원해주듯이 얼렁뚱땅 깨달음을 얻어서 좀 김이 샜다. 하지만 영화의 만듦새보다 영화가 가지는 의의는 이것일 것이다. 주인공을 맡은 릴리 콜린스가 거식증 걸린 주인공을 연기하기 위해 정말 뼈만 남을 때까지 살을 엄청나게 뺐는데, 동네에서 이웃을 만나서 이웃이 놀라니까 아픈 거 아니라고, 촬영 때문에 살 뺀 거라고 말 하려고 했는데 이웃이 ’왜 이렇게 예뻐졌어요?’라며 놀랐다는 거. 안 그래도 프로아나(pro-anorexia, 거식증과 거식증 환자 같은 뼈만 남은 몸매를 동경하는 것)에 대해 몇 번 들어본 적이 있어서 영화를 본 김에 검색을 해 봤는데, 프로아나들이 ‘자극짤’이라고 올리는 사진들을 보자마자 모 아이돌 그룹이 생각 났음. 그런 몸매가 전혀 아름답다고는 느끼지 않았지만 자꾸 보니까 거울 볼 때 나도 모르게 내 몸과 비교하게 될 것 같아서 그만 뒀다. 미디어가 진짜 해악이다... 이 영화 보고 오히려 더 다이어트(라기보다 굶기, 먹고 토하기, 씹고 뱉기 이런 식이장애) 다짐하는 프로아나들도 봤다. 너무 끔찍함.

21. 캡틴 마블 (Captain Marvel, 2019)
와 진짜 너무 재밌다! 수준은 아니었는데 더 이상 남자 히어로 마블영화를 보기엔 비위가 약해진 나에게 최선의 선택지였음. 그리고 내가 평이하다고 느낀 이유가 미디어에 나오는 더 강한 수위의 폭력에 익숙해져서일 수도... 영화로서는 더 좋은 방향인데 말이다.


22. 예스터데이 (Yesterday, 2019)
이 영화 비틀즈 신격화 너무 심해서 비틀즈 광팬도 공감성 수치 느낄 듯. 콘서트 공개고백이 성공하는 걸 보니 감독이랑 대본을 빼박 남자가 썼나 보다. 그리고 못생긴 남주(심지어 노래실력도 그냥저냥)한테 여자 좀 그만 얻어다줘라.


23. 엑시트 (Exit, 2019)
보고 나면 운동하고 싶어지는 건강하고 귀여운 영화. 재난영화 특유의 관객들 눈에 후춧가루 뿌리는 신파나 감정과잉 없어서 깔끔하게 볼 수 있음.


24. 라이온 킹 (The Lion King, 2019)
가부장제에 미친 사자들. 프라이드랜드놈들 무파사 죽었을 때 사라비랑 날라는 제삿상에 절도 못 하게 했을 듯 내가 다 안다 시


25. 결혼 이야기 (Marriage Story, 2019)
결혼이라는 두 사람의 이야기의 결말을 그린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혼자서 이겨내지 못하고 무너지는 찰리의 감정선에 집중해서 전개됐음에도 불구하고, 귀책사유는 찰리가 일방적으로 제공한 듯 보였다(다른 사람들의 의견도 궁금하다. 나에게는 찰리가 일방적으로 개새끼였으므로...). 맨 처음 서로의 장점을 읽는 부분이 좋아서 영화가 끝나고 한 번 더 봤는데, 2시간에 걸친 감정싸움을 보고도 그 부분은 너무나 달콤했다. 이혼하는 과정만 줄창 보여주지만 그들의 한 때 행복했던 결혼생활이 어땠을 지 분명히 짐작될 만큼. 연극 연출가와 배우의 이야기라서 그런지 니콜이 노라에게 자기 얘기를 하는 부분을 원테이크로 찍어서 연극의 독백을 보는 듯 연출한다거나, 니콜과 찰리 각자의 이야기가 지나가고 연극 단원들이 모여 니콜과 찰리의 이야기를 하는 게 딱 앙상블 넘버를 연상키시는 등 공연문법이 곳곳에 보여서 즐거웠다. 아담 드라이버가 부르는 'Being Alive'가 백미.


26. 알라딘 (Aladdin, 2019)
어찌 보면 당연한, 겨우 자스민의 술탄 즉위 가지고 디즈니가 또 해냈어요<라며 축하해야 하는 내 낮아진 기준점이 싫고, 이 와중에 가족용 애니메이션 중에서는 디즈니가 그나마 제일 진보적이라는 데(누가 드림웍스 뺨 좀 때려주실 분?) 한숨이 나온다. 그리고 디즈니가 클래식 작품들 자꾸 실사영화로 리메이크하면서 구작들의 빻음을 세탁하려고 든다는 이야기도 들어서 더블로 착잡. 작품적으로는 영화가 줄 수 있는 스펙터클과 재미를 최대한으로 뽑아낸 듯 했음. 영화관에서 영상으로 보는 게 이 정도면 누가 공연 보러 가겠냐 싶을 정도.


27. 파고 (Fargo, 1996)
모두가 돈에 미쳐 제정신을 놓고 난장판을 벌이는 가운데 일과 가정에 열심히 임하는 마지의 한 마디가 통쾌하다: 인생엔 돈보다 중요한 것도 있어, 그걸 몰라? 네 꼴 좀 봐, 날이 이렇게 좋은데.

28. 세상을 바꾼 변호인 (On the Basis of Sex, 2018)
최초로 성차별에 근거한 법률의 위헌 판결을 이끌어낸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의 전기 영화로, <히든 피겨스>를 보듯 경쾌한 페이스의 영화. 그 재판마저도 피해를 입은 것이 남자였기 때문에 받아 들여졌으리라 생각이 들지만... 여성 위인 영화를 골라볼 수 있을 정도로 여러 영화가 만들어지고 있어서 좋다.

29. 겨울왕국2 (Frozen 2, 2019)
주 타깃층이 <모아나>에 비해 더 어린 아동들인 건지... 전편도 유독 유치한 느낌이 있었는데 2편은 더 그랬다. <주토피아> 때부터 맛들인 것 같은 디즈니 구작들 놀리는 것도(그러지 말고 처음부터 잘 만들라고!!). 엘사의 외모에만 계속 집착하는 듯한 캐디도 마음에 안 든다. 하지만 여성주인공이 decision-making하는 순간의 솔로 넘버는 디즈니를 이길 자가 없지 않나 싶다. 온 몸으로 임파워링을 외치는 느낌. 그토록 원하던 일상을 얻었지만 평범한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미지를 꿈꾸는 엘사의 노래에 주책맞게 너무 울었다.

30. 캣츠 (Cats, 2019)
잘 만든 (팬메이드)퍼리 3D 포르노 같다... 동물을 흉내 내는데 몸선이랑 얼굴은 너무 인간이라 기묘한 불쾌감과 섹슈얼 텐션이 있음... 잘못 만들어진 팀 버튼 영화 같았다 동화 같은 내용을 실사로 풀어내서 불쾌하게 만드는... 언케니 밸리의 명예의 전당에 올라야 할 듯.

31. 블랙머니 (Black Money, 2019) 
론스타 게이트를 모티브로 각색한 영화로, 몰입도 있었으나 주인공의 수사 저지를 위해 성추행 오명을 씌운 점이 너무 거슬렸다. 서사를 위한 동기는 이해가 가지만, 허위고발이라고 추궁 당하는 실제 성추행 피해자들이 많은데 생각이 짧았다고 느낀다. 특히나 주인공의 강력한 동기가 '성추행 누명을 벗기 위해서'인 점에 있어 더더욱. 그리고 '우리가 남이가?' 정서와 각종 불법행위를 통해 무대뽀로 뚫고 나가는 경상남도 남주인공의 행태가 <블랙머니>에서는 특히나 참아주기 힘들었다. 이하늬는 오랜만에 보는데 반해 남자배우들은 그 나물에 그 밥인 점도 그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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