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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너무너무 짱인 포스터를 감상하고 지나가도록 하자....
<굿 파이트>는 2016년 시즌7로 종영한 법정 드라마 <굿 와이프>의 스핀오프이자 시퀄 시리즈로, <굿 와이프>의 조연이었던 다이앤 록하트의 파산으로 시작한다. 월가의 거물 헨리 린델이 폰지 사기로 구속되고, 린델의 펀드에 퇴직금을 투자하여 프랑스에 드림하우스를 사서 은퇴하려던 대형 로펌의 기명 변호사 다이앤 록하트는 일순간에 파산한다. 다이앤의 로펌에서 갓 변호사로 입사해 부푼 꿈을 안고 있던 헨리 린델의 딸이자 다이앤의 대녀, 마이아 린델 또한 해고 당하고, 더불어 공공의 적이 된다. 다이앤이 다니던 로펌은 사임 철회를 받아들여주지 않고, 미국 중서부 최대의 흑인 로펌 '레딕, 보즈먼 & 콜스태드'의 파트너 변호사 에이드리언 보즈먼이 다이앤을 스카웃한다. 다이앤은 마이아를 함께 데려가고, 마이아는 3년차 선배인 루카 퀸 밑에서 일을 시작하게 된다.
<굿 파이트>는 노골적으로 트럼프를 겨냥하여 비판하고 있다. 트럼프야말로 <굿 파이트>의 시발점이자 주 메시지라고 볼 수도 있는데, 애초에 다이앤이 은퇴를 결심하게 된 계기가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고 나서 느낀 환멸 때문이다. 또한 대다수 구성이 흑인이며, 경찰의 과잉진압 관련 소송을 주 업으로 삼는 로펌으로서 현 정부의 눈 밖에 난 것은 물론이다. 또한 페이크 뉴스, #미투 고발, SNS 사칭 등 최신 중의 최신 트렌드들을 반영한다. 모든 의뢰인들에게 저마다의 사연이 있고 저마다의 거짓이 있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전개로 도무지 손을 뗄 수가 없다.
시즌 1의 주된 스토리라인은 헨리가 구속되고, 공모죄로 기소될 처지에 놓인 마이아가 살 길을 찾는 내용이다. 마이아는 전형적인 주인공 노선을 따르고 있으며, 경험이 없는 초짜이지만 어쨋든 의욕과 정의감에 불타는 심지 굳은 캐릭터다. 특히나 발언권을 받은 첫 재판에서 벌벌 떨면서도 할 말 다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워낙 캐릭터가 많고, 주위에 더 강렬한 캐릭터가 많아 돋보이지는 않지만, 웃으면서 혀에 독을 바르는 고참 변호사들의 싸움을 보다가 마이아의 좌충우돌 에피소드들을 보면 숨 돌릴 틈이 생기긴 한다.
또 착각했다. 마이아가 너무 주인공 같은 노선이라 자꾸 착각하는데 사실 <굿 파이트>의 주인공은 다이앤 록하트다. 트럼프 당선에 환멸나서 퇴직하려고 했는데 억지로 다시 현장에 붙들려온 다이앤은 모두가 선망하는 커리어 우먼의 모습이다. 능력 있고, 지적이고, 우아하고, 후배 여성들을 이끌고 보호해준다. 다이앤이 나오는 매 신, 매 신마다 강렬해서 눈을 뗄 수가 없다. <하우스 오브 카드>나 <블랙리스트> 등의 좌중을 압도하는 존재감의 노련한 주인공을 상상하면 된다.
루카 퀸은 3년차 변호사로, 신입 마이아를 데리고 다니며 멘토링해준다. 냉소적이고 거침 없으며 커리어에 대한 야망으로 활활 불타고 있다. 경찰 과잉진압 소송에서 계속 마주치는 연방 검사 콜린 모렐로와 투닥투닥하다가 잠도 자는데, 상대가 무릎을 꿇든 말든 훌륭하게 비혼의 삶을 유지하고 있다. 차분하고 우아한 다이앤과 달리 상대가 목소리를 높이면 높이는 만큼 같이 소리 지르는, 불도저 같은 변호사다.
포스터에 있는 3명은 아닌데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해서 넣어본 마리사 골드. 불도저 같이 들이대서 다이앤의 조수가 되고, 사교성이 지나치게 좋고 눈치가 빠른 장점을 살려 조사원 업무를 배워간다. 무해하고 친근한 백인 여성 이미지를 내세워서 남의 뒤를 막 캐고 다니는데 보고 있으면 너무 재미있는 캐릭터다.
이들 외에도 주요 남성 캐릭터들이 등장하긴 한다. 다이앤을 영입한 로펌의 파트너 변호사 에이드리언 보즈먼이나 루카와 계속 맞붙는 연방 검사 콜린 모렐로, 마리사를 도와주는 조사원 제이 등 신경써서 만든 매력 있는 남자캐릭터들이 등장하지만 어쨋거나 그들은 조연이고,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것은 여성 주인공들에게 있다. 페미니즘(을 주로 다룬) 드라마라기보다는 정통 정치/법정 드라마인데, 큰 줄기인 트럼프 대통령이 대표적으로 여성과 유색인종을 혐오한다는 걸 고려하면 이러한 인물구성은 당연한 선택으로 보인다.
그리고 여담이지만 연뮤덕으로서 <굿 파이트> 시즌1에 나온 뮤지컬 배우들을 열거해볼까 한다. 게스트 스타가 원래 많은 시리즈이긴 하지만 뮤지컬 배우가 너무 많이 나와서 <글리>를 보는 것만 같았다. 다들 얼른 일어나 노래를 시작하라고!
마이아의 어머니인 르노어 린델(위) 역의 버나뎃 피터스 - 주로 손드하임 뮤지컬(<인투더우즈>, <집시>, <조지와 함께 일요일 공원에서>)에 많이 출연한 토니상 수상 배우로, 최근에는 <헬로, 돌리!>(아래) 브로드웨이 프로덕션에 출연.
엘스베스와 크리스티바가 맞붙은 재판에서 스펜서 검사(위)로 등장했던 아론 트베이트 - 영화 <레미제라블>로 많이 알려졌으나 나에겐 영원히 <캐치 미 이프 유 캔>(아래)이 베스트.
<굿 파이트>의 사진을 못 찾았는데 1화에서 다이앤의 변호사 글렌으로 나온 <렌트>의 주인공 앤소니 랩. 한국도 왔었음...
연기 너무 찰떡 같이 어울려서 더 짜증났던... 첨험의 극우 반유대주의자 트롤러 펠릭스(위) - <헤드윅>(아래) 영화의 존 카매론 미첼. 마찬가지로 얼마 전에 한국에서 콘서트하고 갔음
크리스티바의 아내로 나와 엘스베스에게 놀아난(...) 켈리 오하라.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남태평양>, <광장의 빛> 등 유명한 거 너무 많지만 사진은 <왕과 나>(아래)로. 넷플릭스 <루머의 루머의 루머>에도 잠깐 나왔었음.
시즌2로 가면 더 걷잡을 수 없이 뮤지컬 배우들이 많이 출연한다...
<굿 파이트>는 트럼프 당선~1, 2년차의 현재 시점을 다루는 드라마라, 뉴스에서 현 미국 대통령으로 트럼프 면상을 볼 수 있을 때 보는 게 가장 재미있다. 트럼프가 당선되고 나서 온 TV쇼마다 트럼프를 욕하는데 가끔씩은 한국 래퍼들의 아무 의미 없는 혐오발언처럼 별 비판 같지도 않은 수위의 욕을 하면서 의식 있는 시민인 척, 트럼프를 무슨 넷상의 웃긴 밈 취급을 하며 일단 욕을 하고 보는 게 꼴 보기 싫었는데, <굿 파이트>는 시간과 돈을 들여 정통으로 트럼프를 겨냥하고 있어 그냥 의식 있는 척 하려는 게 아니라 트럼프 비판에 지분을 정말 많이 할애한다. 그 외에도 주변의 남성 캐릭터를 멍청하게 다운그레이드시킨 게 아닌데 서사의 파워가 모두 여성 캐릭터에게서 나온다는 점이 짜릿하다. 우리 멋진 남캐들 있어, 하지만 주인공은 다이앤이랑 마이아랑 루카야<이 메시지를 어렵지 않게 읽어낼 수 있다. 모든 걸 다 덮고 봐도, 반전에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의뢰인들 덕에 넋 놓고 봐도 재미있는 드라마기도 하다. <멋진 징조들> 보느라 아마존 프라임 가입한 분들, 아마존 프라임에서 <굿 파이트>를 시즌 3까지 볼 수 있고 시즌 3에는 마이클 쉰도 나온다. 다들 <굿 파이트>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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