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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요한슨 사진전 - 상상을 찍는 사진작가

에릭 요한슨 사진전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2019년 6 월 5일 ~ 2019년 9월 15일 (11:00AM ~ 8:00PM)

Cumulus & Thunder

에릭 요한슨 사진전에 다녀왔다. 주말의 예술의 전당은 고통스럽다. 미리 인터넷에서 표를 구매해서 가지 않으면, 긴 줄을 기다려 표를 사고도 입장시간을 받아 대기해서 들어가야 한다. 나름대로 입장자 수를 제한하고 있는 것 같기는 한데, 그럼에도 사람이 너무 많아 보는 내내 꽉꽉 막힌다.

에릭 요한슨은 스웨덴 출생의 젊은 사진작가로, 원하는 피사체 각각의 사진을 수천 장 찍어 포토샵 등을 이용해 합성하여 초현실적인 작품을 만들어낸다. 1작품을 완성하는 데 150여 개의 레이어를 만들고, 60시간 이상 소요된다고 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첫 인상은 2000년대 초반 유행했던 감성노트들이었다. 모닝*로리 같은 데서 나왔던 그... 물 위에 조각배 한 척 떠다니고 물 밑에는 구름이 있고 그런 노트들 말이다. 뭔지 다 알 것이다... 에릭 요한슨이 이런 감성의 원류인지 아니면 그도 영향을 받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런 거... 갬성노트들...

주로 어린 시절의 상상을 구체화한 사진들이 많다. 아래의 ‘Full Moon Service’나 위의 ‘Cumulus & Thunder’처럼 귀여운 상상력으로 웃음이 나오게 하는 사진들도 있고, 내가 좋아하는 아래의 ‘Drained Memories’처럼 자연경관을 이용한 작품들은 좀 더 서정적인 분위기가 많다. 사실 유년기의 상상을 구체화하는 것만으로는 소재의 한계가 있고, 젊은 작가이니만큼 그가 나이 들어서 찍게 될 사진들이 더 기대가 되었다. 좀 더 사회 풍자적인 사진을 찍게 되지 않을까?

Drained Memories
Full Moon Service
Demand & Supply - 모두 높은 곳에 올라가고 싶어해서, 아래층을 깎아 올린 욕망은 결국 모든 것을 무너지게 만들 것이다.

초현실주의 회화 같은 느낌을 주지만, 에릭 요한슨의 작품은 어찌되었든 전부 사진을 찍은 것이다. ‘Demand & Supply’를 예로 들자면 바다와 암석, 포크레인, 공장지대 등을 연출하고 싶은 형태대로 일일이 따로 촬영하여 합성한 것이다. 개별적인 피사체를 독립적으로 찍고 합성한 거라서, 실제 사진에서는 불가능하지만 에릭 요한슨의 사진에는 모든 사물에 초점이 선명하게 잡혀 있어 사진은 2차원 평면인데도 불구하고 영상을 보고 있는 듯 입체적이고 심지어 움직임의 흐름까지 느껴진다.

Impact

특히 위의 ‘Impact’에서 그런 느낌을 크게 받았다. 카약이 지나온 경로와 수면이 깨어지는 순간이 마치 영상처럼 눈에 그려진다.

일반적으로 사진대회에서는 합성은 두 말 할 것도 없고 피사체를 의도적으로 움직이거나 조작하기라도 하면 크게 비판 받을 텐데, 반대로 1부터 100까지 원하는 대로 합성한 새로운 작품 양식이 이토록 각광 받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있는 것을 그대로 전하는 오소독스한 사진이 힘을 다 한 것일까?

에릭 요한슨의 사진은 크게 예술적이라기보다는 환상적이고 서정적이어서 요즘의 취향에 잘 부합하고, 내가 노트 표지를 떠올렸듯 상업적인 느낌도 짙다(실제로 전시관을 나오니 아트샵에서 엄청나게 팔고 있었다...). 사진과 편집기술을 접목하여 사진의 가능성을 한 단계 넓힌 에릭 요한슨의 다음 시도들이 기대된다.

덧) 전시 공간이 너무 좁지 않나? 작품 개수가 적지 않은데도 작품을 너무 좁게 배치하여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봤다. 개인적으로는 사진촬영은 일부 작품/공간만 가능하게 했으면 한다. 모든 작품을 찍어가겠다는 기세로 찍으시는 분들이 있었고... 셔터소리며 사진 때문에 동선이 엉망이 되는 등 분위기가 너무 어수선해진다.

덧붙여 나이키 광고문구 같은(Impossible? I’m Possible!) 창의적 인재 양성을 위한 문구가 곳곳에 붙어 있어, 학교 수행평가로 관람하러 온 것 같은 훈훈한 분위기를 체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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