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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안해요, 리키 (Sorry We Missed You, 2019)
보통의 영화라면 주인공들의 이야기에 어떤 형태로든 결말을 지어줄텐데, 리키와 가족들은 계속 그렇게 힘겹게 발버둥치고 추락할 것이라는 것만 통감하게 되는, '사는 것이 가장 힘든' 사람들의 삶. 개별 1인사업자라고 하면 폼 나지만, 회사에 고용되지 않아 노동법도 적용되지 않고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하는 긱 이코노미의 틈새에 버려진 리키와 애비. 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열심히 일했을 뿐인데, 하루 일백 파운드의 벌금도 버거워 다쳐도 일을 쉴 형편이 되지 않는 이들에게는 아주 조그마한 어그러짐도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며 하루가 다르게 눈덩이처럼 커진다. 사회가, 우리가 놓친(missed) 이들의 삶이 영화관을 나서는 순간 한국의 현실이 된다. 매일 다른 수수료를 받으며 건당 배달료를 받는 라이더들, 법정 정규직 의무전환 기간 직전에 잘리는 계약직들이 정말 남 일이 아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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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에일리언 (Alien, 1979)
명작이 괜히 명작이 아니다. 지금 봐도 H.R. 기거의 에일리언 디자인은 끝내주는데 80년대 에일리언의 등장은 얼마나 기괴했을지. (비록 속옷 서비스신은 피해가지 못했지만)냉정, 침착한 전사 리플리가 너무 좋다. 여자와 고양이가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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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해피 어게인 (The Bachelors, 2017)
사랑하던 아내가 병으로 죽고, 슬픔을 이기지 못한 수학교사 빌은 고등학생 아들 웨스를 데리고 LA로 떠나온다. 엄마 덕에 프랑스어에 뛰어났던 웨스는 프랑스어 선생님의 제안으로 프랑스어 시험 낙제 위기에 처한 레이시의 프랑스어 수업을 돕는다. 빌은 프랑스어 선생님 카린과 연애하며 아내를 잃은 슬픔을 극복하려 하고, 웨스는 유복한 가정에서 자랐지만 가족 간 불화가 심해 음주나 자해를 일삼는 레이시와 마음을 공유한다. 하지만 빌은 좀처럼 아내의 부재를 극복하지 못하고, 웨스도 빌에게 지치기 시작하는데... 내용이 요상하더라니 원제를 보고 딱 느낌이 왔다. 'The Bachelors'라니... 아내/엄마의 부재를 부자가 쌍쌍이 다른 여자로 극복한다. 커플들의 관계를 진전시켜야 하다보니 전체적으로 경쾌하고 쉽게쉽게 진행되고, 부자끼리 더블데이트하는 내용으로 끝나면서 사랑하는 이를 잃은 슬픔의 JINJUNGSUNG이 반감된다. 제목처럼 슬픔에 파고들기보다는 재가하는 부자를 보여주겠다는 느낌. 슬픔을 극복하는 방안으로 제시하는 게 너무 시대착오적이라고밖에는. 색감을 채도를 높여 촬영해서 화면은 시종일관 예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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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 (Star Wars: The Rise of Skywalker, 2019)
무연고에 여성인 레이가 포스를 이어 받으면서 쉰내 나는 마초 장르 스타워즈가 드디어 21세기에 걸맞는 장르로 탈바꿈하나 했는데, 쌍제이가 전편을 전면 부정하고 핏줄에 집착하면서 새로운 옷을 입을 기회를 걷어차 버리고 백스텝 열심히 밟은 영화. <라스트 제다이>가 너무 좋았어서 3편은 내 머릿속에서 지워 버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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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정직한 후보 (Honest Candidate, 2020)
특별할 것 없는 연휴형 팝콘무비지만, 입으로 똥 싸는 부패한 정치인 역에 라미란이 너무 잘 어울려서 감탄하면서 봤다. 예상 가능하고 예상한 만큼만 웃기는 영화지만 라미란 주연에 의의를 두고, 다음에는 더 여성 비중이 많은 코미디 영화가 나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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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체르노빌 (Chernobyl, 2019)
'거짓의 대가는 무엇인가?' 소련 기술력의 오점을 드러내지 않으려 허점은 덮어버리고, 성과 내서 보고서 올리는 데 급급한 관료가 똑 같이 눈 앞의 재앙을 못 본 체 했다가 불러온 사상 최악의 재앙. 체르노빌은 엄청 오래된 사건인 줄 알았는데 당장 80년대의 이야기라서 당황스러웠다. 방사능의 위력이 끔찍하게 대단해서 저만한 위력을 가진 걸 계속 개발을 해도 괜찮은 걸까 생각도 든다. 기술이란 게 발전만 할 게 아니라 할 수 있어도 그만둬야 할 때도 있지 않은가 싶은... 당장 TV 밖에서는 일본 정부가 코로나19 감염자로 가득한 크루즈를 그대로 하선시키는 판국에, 우리는 체르노빌 사태로부터 얼마나 발전했는가...
https://www.imdb.com/title/tt7366338/?ref_=ext_shr_lnk
7.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Portrait of a Lady on Fire, 2019)
관계의 기본값이 불평등했던 시대에, '네가 나를 보는 만큼 나도 너를 보는' 평등한 관계에서 사랑할 수 있었던 마리안느와 엘로이즈. 또한 소피의 어려움 앞에 주인-하녀-손님의 관계는 깨어지고, 서로를 돕고 생활을 함께 하는 관계 또한 고무적이다. 예술이 종종 범하곤 하는 죽음의 낭만화를 버리고 계속 살아가면서 기억하는 삶도 있다는 걸 보여줘서 더욱 좋다. 함께 죽음을 택한다면 서로의 삶에 유일했을지언정 꼼짝없이 비극이지만, 엘로이즈도 마리안느도 각자 가정을 이루고 그림을 그리며 각자의 삶에 충실하면서도 서로를 결코 후회하지도 잊지도 않잖아. 삶은 지속되지만 그럼에도 가슴 속에 묻어둔, 언제라도 터질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랑은 뭔지? 수 년이 지나도 그 사람이 쳤던 멜로디를 들을 생각에 가슴이 부푸는 그런 사랑은 뭔지... 이 영화를 보고 너무 사랑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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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한나 (Hanna, 2011)
부모를 죽이고 성인이 되는 소녀의 성장신화... 어느 때 즈음인가 감독들이 이런 성장담 소재에 환장했던 시기가 있던 것 같다. 컴퓨터 게임을 하듯 정신 없는 화면전환과 음악이 매력. 고등학생 때 에릭 바나랑 케이트 블란쳇 나온다고 해서 보러 갔던 기억이 있는데 다시 봤더니 너무 잔인해서 깜짝 놀람.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6456
9. 컨테이전 (Contagion, 2011)
시국을 틈타 차트 역주행을 하고 있길래 다시 한 번 봐 봤다. 비현실적인 치사율 제외하고는 돼지 + 박쥐에서 옮겨온 바이러스부터 생년월일에 따라 배급하는 백신까지, 현재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돌아가는 상황이랑 너무 비슷해서 오싹했다. 영화 자체는 잘 만들었고 캐스팅도 진짜 호화로운데 영화가 참 무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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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쥬만지: 새로운 세계 (Jumanji: Welcome to the Jungle, 2017)
순도 100% 헐리우드 오락영화로 재탄생한 쥬만지(95년도 쥬만지는 좀 무서웠음;). 보드게임에서 컴퓨터 게임으로 진화한 점이 재미 있었다. 95년도작이라고 해도 무리 없을 만큼 여캐 활용이 구렸지만...(드웨인 존슨이 참여하면 다 그렇게 되는 면이 있더라...) 위캔두잇투게더st 가족영화 바이브를 느껴본 지가 오래되어서 어릴 때 쥬만지 봤던 기억도 새록새록 나고 좋았다...만 요즘 어린이들 대상으로도 이런 스타일이 먹히는 지는 궁금하긴 하다.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52656
11. HBO 왓치맨 (Watchmen, 2019)
bibc.tistory.com/81
12. 올드 가드 (The Old Guard, 2019)
2019년 가장 사랑했던 영화...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와 재질이 비슷해서 매우 만족스럽게 봤다. 샤를리즈 테론이 고대부터 살아남은 영웅이라니 그것만 해도 가슴이 막 웅대해지는데 어리버리 신입에서 전사로 각성하는 키키 레인까지 더해져 오래된 것에서 새로운 희망으로 이어지는 신-구 관계가 아주 짜릿했다. 낡고 지친 베테랑이 현실부정 단계를 거치고 진정한 팀의 일원이 되는 신입에게 다시 살아갈 의지를 얻는 엄청 정석적인 관계. 완전 보란듯이 2편 예고하고 끝났는데 이래놓고 속편 안 만들기 없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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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천국의 유령 (Phantom Of The Paradise, 1974)
철가면을 쓴 데스메탈의 유령이라니 <오페라의 유령>을 가지고 누가 이런 참신한 생각을 한 걸까? 보는 내내 <천국의 유령>에게 영향을 준, 또 <천국의 유령>이 영향을 준 작품들이 떠올라서 재미있었다(<파우스트>,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부터 <디트로이트 메탈 시티>, <베르세르크>까지...). <록키 호러 쇼>도 그렇고 70년대에 대체 무슨 일이 있던 것인가... 죽은 새 형상의 레코드와 새 모양의 철가면과 크롬 이빨, 기계장치를 통해 노래하는 유령 등 눈이 번쩍번쩍 뜨이는 디자인의 연속이었다. 메인 서사는 군더더기 하나 없이 빠르지만 착실하게 전개돼서 정신이 혼미해지는 혼란한 설정들 가운데에서도 깔끔하게 잘 끝난 느낌을 주어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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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범블비 (Bumblebee, 2018)
범블비의 우당탕탕 대소동 스핀오프인 줄 알았지, <트랜스포머>의 프리퀄 격의 영화인지는 몰랐다! <트랜스포머> 시리즈보다는 <드래곤 길들이기> 같이, 범블비가 찰리의 사춘기로 대변되는 느낌. 알탕 보글보글 끓이던 <트랜스포머> 시리즈에서 특히나 샤이아 라보프 캐릭터를 싫어했었는데, 이제는 '야 네가 범블비 베프일 순 있지. 근데 범블비의 첫 친구는...ㅎ 찰리야...'라고 착즙하며 볼 수 있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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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레이트 나이트 (Late Night, 2019)
백인 기득권 여성 엠마 톰슨과 젊고, 기반 없는 유색인종 민디 카일링 캐릭터의 유쾌한 조합. 소수자인 여성들 사이에서도 엄연히 인종, 사회적 지위에 따른 격차가 존재하고, 한 때 진보적이었으나 고집불통 기득권이 된 캐서린이 많이 볼 수 없는 캐릭터라 신선했다. 감독 후속작이 (상당히 비슷한 느낌의!)<나의 첫번째 슈퍼스타>던데 이것도 봐야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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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언더워터 (Underwater, 2020)
내면의 공포를 외부의 크리처에 빗대는 SF 스릴러의 정석을 따르고 있으나, 해저시추기지가 주는 흥미진진함에 비해 크리처의 정체가 크툴루로 드러나면서 다소 밋밋해진 점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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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톰보이 (Tomboy, 2011)
불편하고 행동에 제약을 두는 사회적 여성성을 벗어나 사회적 남성성을 모방하는 것을 택한 로레의 이야기. 로레의 여정은 불안하고 힘겨웠지만, 앞으로는 남자인 척 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 그대로의 모습으로 원하는 것들을 쟁취해 갈 로레와 더 많은 갈래의 가능성을 발견한 리사가 있어 마음이 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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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더 허슬 (The Hustle, 2019)
프로 사기꾼 둘이 내기를 하다가 결국 제3의 사기꾼에게 둘 다 당하고 마는 구도를 여자 주인공들로 본 건 좋았는데, 요즘 여자 투탑 영화 좋은 거 많이 나오는데 이걸 보기엔 좀 올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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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더 히트 (The Heat, 2013)
너무ㅠㅠㅠㅠ 웃겨ㅠㅠㅠㅠㅠ 역시 <스파이> 감독님이군요... <스파이>에서 수잔 & 릭보다 수잔 & 낸시 콤비가 더 웃겼어서, 둘만 나오는 후속작 안 내주나 했는데 이렇게 내 주셨네... 내가 멜리사 맥카시의 코미디에 약한 것 같기도 하다(반대로 레벨 윌슨의 코믹 연기는 별로 취향이 아님). 야하고 웃긴 와중에 또 깜짝깜짝 엄청 잔인한데 그게 또 너무 웃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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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조조래빗 (Jojo Rabbit, 2019)
너무 사랑스럽고 또 안타까운 영화. 히틀러와 나치를 이렇게 다룰 수도 있다니 이제 제 2차 세계대전으로부터 시간이 많이 지나긴 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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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그레이 아나토미 (Grey's Anatomy)
막장 짐승의 왕국이 따로 없는데 욕에 욕을 하면서 계속 본다(한 달 만에 3시즌 끝냄 폐인임 완전). 이래도 윤리적으로 문제 없는 건지 싶을 정도로 (중태에 빠진)환자들의 상황에 인물의 상황을 대입시키는데, 나도 내 맘을 모르듯이 이리저리 날뛰는 감정선이 정말 현실적이긴 하다. 하지만 메레디스... 불량식품 그만 먹어 넌 행복해질 권리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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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오케이 마담 (Okay Madam, 2020)
정청이랑 이자성은 아직도 암청색 배틀호모 찍고 있는데 연하남으로 나와서 누나한테 애교 부리는 이중구가 진정한 승자라는 트윗이 잊혀지지 않는다...ㅋㅋㅋㅋ <플라이트 플랜> 류의, 국내에서는 처음 보는 듯한 기내 액션/스릴러(거기에 북한 간첩이라는 한국에서밖에 못 나오는 요소도 더하고 말이다). 엄정화의 액션이 엄청 대단해서 놀랐다... 정화언니 연기도 잘 하고 춤도 잘 추고 노래도 잘 부르는데 액션까지 잘 하면 어떡하란 거죠?? 재능 있는 푼수 연기의 달인이다. 대사 하나, 하나마다 펀치라인을 의도해서 오히려 덜 웃긴데, 코미디보다는 액션 쪽이 훨씬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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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알리타: 배틀 엔젤 (Alita: Battle Angel, 2019)
이 재미있는 영화가 아직도 후속작 소식이 없다니 큰 문제가 있다. R18다운 잔인한 액션으로 눈을 뗄 수 없는 영화. 그리고 <공각기동대> 때부터 유구히 싸이버 여전사들을 사랑해 왔다... 알리타는 몸이 기계일 뿐, 사랑에 목매는 스타일이라 또 보는 재미가 있었다. 사랑에 빠져서 처절하게 남자친구를 구해내는데 남자친구가 죽어버려서... 앞으로의 여정의 땔감으로 쓰인다는 게 제일 재미가 있다. 난 중요한 순간에 남자친구 플래쉬백이나 오래 된 사진 한 번씩 보고 머뭇거리다가 당하거나 각성하는 여자 주인공들도 매우 좋아한다. 남자 캐릭터는 이미 죽었으면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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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비바리움 (Vivarium, 2020)
'house'를 'home'과 동치시켜, 고통의 굴레에 빠진 어느 가족. 결국 정상 가족이란 거대한 시스템이 오랜 기간 일궈온 것에 불과하다는 것인지... 메시지와 전달하는 최근 본 영화들 중 가장 독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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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미녀 삼총사3 (Charlie's Angels, 2019)
국내판 제목 죽여버린다 진짜ㅋㅋㅋㅋㅋ 엔젤들이 의상 바꿔가며 '업업'하고 나와 싸우는 건 변하지 않았지만, 다양한 활동을 하는 세계 각국의 여자아이들을 보여주는 오프닝부터 신입 엔젤들이 모여 교육을 받는 엔딩 장면까지 오롯이 여성을 위한 영화라는 점이 벅차다. 남성 관객들의 판타지를 위한 서비스신으로 가득 차 있던 시리즈라 더욱 고무적인 듯. 분홍색 일색(이건 비꼬려고 일부 의도한 것 같지만)에 반짝반짝 글리터를 바른 로고까지 흔히 '여아용'으로 분류되곤 하는 비주얼인데 내용은 또 진국으로 걸스캔두애니띵이라... 여러모로 장단점이 혼재하는 영화지만 다른 무엇보다도 2000년도 '미녀 삼총사'를 보고 자란 나와 2019년의 찰리스 엔젤스를 본 세대는 분명히 다른 메시지를 받으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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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Mad Max: Fury Road, 2015)
연간 혈중매드맥스농도 채우려고 다시 봤다. 맥스가 붙잡히는 첫 장면부터 시작해서 썬더스톰 속에서 자폭하려던 눅스의 다이너마이트 불길이 끊길 때까지 숨도 못 쉬고 봄. 어쩜 이렇게 재미있지? 수명을 반토막내는 유독한 환경 속에서 8기통 엔진을 숭배한다는, 영화 속에서만큼은 완벽하고 고유한 세계가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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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클라우즈 오브 실스 마리아 (Clouds of Sils Maria, 2014)
실스 마리아를 뒤덮는 구름 속에서 현실과 연극, 실제인물과 극중 배역이 구분할 수 없을 만큼 뒤섞인다. 활력과 젊음만이 인생이라는 연극의 주인공이 아님을, 걸어나간 시그리드 뿐 아니라 남겨진 헬레나에게도 그 후의 흥미진진한 삶이 기다리고 있음을... 배우로서 보여지는 얼굴 뿐 아니라 머리를 싹둑 깎고 편한 운동복을 입은 모습과 무대 위의 연기하는 얼굴까지 아우르는 줄리엣 비노쉬의 자연스럽고도 당당한 모습이 황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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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당갈 (Dangal, 2016)
이런 메시지를 담은 작품이 인도에서, 그것도 메이저 중의 메이저 아미르 칸 프로덕션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충분히 의미 있다. 마하비르가 기타와 바비타를 훈련시키게 된 계기와 과정 모두 가부장적이라고 비판할 수는 있지만, 기타와 바비타(영화에서는 나오지 않았지만 마찬가지로 마하비르에게 레슬링을 배운 나머지 네 자매도)가 인도의 소녀들에게 끼친 영향을 어떻게 폄하할 수 있겠나. 한 번 들으면 잊혀지지 않는 흥겨운 OST와, 레슬링을 배운 후 표정과 자세부터 달라지는 어린 기타의 모습에 가슴이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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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더 헌트 (Jagten, 2012)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보고 너무 답답해서 가슴을 꽉 죄는 느낌을 받았었는데... 시간이 많이 흐른 후에 다시 보니 느낌이 또 다르다. 매즈 미켈슨의 연기는 압도적이었으나 유아동을 상대로 한 성추행이 제대로 처벌 받지 않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은데 굳이 이런 소재를 썼어야 했나 의문이었다. 물론 그 거짓말을 키워낸 건 근본적으로 부모의 무관심과 제재 없이 청소년들에게 노출되는 유해 매체 때문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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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테넷 (Tenet, 2020)
두 번째 보고서야 좀 더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지만, 매우 재미있게 봤다. <인셉션> 때도 그랬고, 소재도 소재지만 영화 속 세계 안에서는 설득력을 가지고 독자적으로 존재하는 가상의 세계를 창조하는 데 있어 감독이 천재적이고 만들면서 정말 즐거웠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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