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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2018년 본 영화

BIBC/빕 2018. 5. 13. 00:00

1. 셰이프오브워터 (The Shape of Water, 2018)
사랑에는 형태가 없다. 마치 물처럼. 어떠한 대상을 사랑하게 되더라도.
크리처를 향한 감독의 사랑과 욕망이 아름답게 재현된 영화. 괴물의 '인간적인' 모습에 동정하고 마음을 여는 여느 여주인공들과 달리 크리처를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사랑하고 욕망하여 안달난 일라이자가 사랑스럽다. 흔히 볼 수 있는 인간과 인어의 사랑 이야기를 감독의 스타일대로 잘 풀어냈다. 물에 잠긴 듯 축축한 색감과 영상미가 압권이며, 일라이자가 크리처와 정서적으로 교감은 물론 육체적으로도 욕망함을 직설적으로 표현한 것은 이런 류의 스토리텔링에서 의의를 가지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엔딩은 이야기로서는 아름답고 만족스러운 엔딩이지만, 장애인인 일라이자가 자신을 불완전하다고 느끼거나, 또다른 소수자인 크리처하고만 교감하는 모습은 매체에서 장애인을 다루는 기존의 방식과 맞닿아있어 아쉽다.

2. 리브어게인 (One More Time, 2018)
싱스트리트, 비긴어게인 등 큰 인기를 얻었던 음악영화들에 비교해보면, 리브어게인은 뮤지션이 나오는 막장드라마에 앰버 허드가 이따금 노래를 하는 그 정도의 영화. 인물 각각의 캐릭터성을 드러내고 서사를 진행시키느라 음악이 끼어들 틈이 없다. 이 영화가 싫은 이유는 간단하다. 1. 철없는 뮤지션의 성장스토리를 그만 보고 싶고 2. 막상 음악이 인상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주드는 정신 차려야 한다. 아빠 탓 할 때가 아니라 진짜 정신차려야 된다.

3. 아이 필 프리티 (I Feel Pretty, 2018)
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점은, 주인공이 화장품 회사에 근무한다는 점일 테다. <아이 필 프리티>가 날씬하고 예뻐진 주인공의 모습을 표현하려고 다른 배우를 기용하거나 특수효과를 사용하지 않고, 르네의 원래 외모 그 자체만 보여준 기법은 메시지 전달에 효과적이고 고무적이다. 하지만 날씬하고 예뻐진=자신감을 얻고 자신을 사랑하게 된 르네는 화장하고 과감한 옷을 입는 데 주저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자신을 성적 대상화한다. 이러한 특성은 잘생긴 남자와 바람을 피울 뻔 한다거나 친구들을 무시한다거나 하는, 르네가 종국에 반성하고 개선하는 단점이 아니라 자신을 사랑하는, 지향해야 할 특성으로 표현된다. 남들의 시선에 신경쓰지 말고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라, 라는 진부하지만 기본적인 페미니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으나, 탈코르셋이 가장 핫한 화두인 요즘 <아이 엠 프리티>가 던지는 논의는 한참 뒤쳐져있다.

4. 어느 가족 (Shoplifters, 2018)
사회안전망 바깥에 버려진 이들이 모여 대안가족을 이룬다. 어린 아들이 도둑질해온 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연금을 계속 받기 위해 할머니가 죽은 후에도 시신을 욕실에 묻지만, 의지할 데 없던 이들이 모여 느낀 행복만은 진짜다. 일본 영화를 많이 본 것은 아니지만 일본 만화를 많이 봤는데, '자세히 보면 병들어있지만 우린 괜찮다/행복하다'라는 정서가 있고 그 '괜찮다'는 지점을 위해 여성들이 아무렇지 않게 성착취당하는 점이 괴롭다. 영화가 굉장히 담백하고 시각적으로 자극적인 장면이 하나도 나오지 않는데 유독 아키의 성매매 장면만 상세하게 나오고, 시바타는 노부요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술장사나 하자고 내뱉는다. 이들의 행복의 기저에 여성의 인권유린이 숨쉬듯 깔려있다면, 그런 행복에는 동의할 수 없다. 많은 젊은 세대가 빈곤층으로 추락한 일본 사회에서 혈연으로 이루어진 가족이 아닌 새로운 형태의 가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는 의미 있다고 본다.

5. 로마 (Roma, 2018)
1970년대 멕시코를 회상하듯 흑백으로 그려진 상실과 연대의 드라마. 비슷한 아픔을 겪은 클레오와 소피아가 서로의 아픔을 토해내고 전보다 더 견고한 가족을 형성해내는 과정이 가슴을 울린다. 소품 하나, 소리 하나 허투루 쓰이지 않고 치밀하게 짜여진 매 컷은 잘 찍힌 사진을 보는 듯한 드라마를 만들어낸다.

6. 몬스터 (Monster, 2003)
에일린 워노스는 미국 최초의 여성 연쇄살인마다. 자극적인 영화의 시놉시스마냥 성노동 여성으로서 성구매자 남성들을 살인한 그에게는 당연히 세간의 관심이 쏟아졌고 에일린의 재판 및 수감소 생활은 수많은 취재영상을 남겼다. <몬스터>는 에일린의 살인을 변호하지는 않지만, 진정으로 사랑하는 이를 만나서 설레어하는 모습과 어디서도 보호 받지 못하는 성노동자 여성으로서의 생활, 살인이 살인을 부르고 걷잡을 수 없게 되면서 무너질 때까지 극단적인 상황에 홀로 직면해야만 했던 사회안전망 밖의 가장 취약한 계층-기본교육도 받지 못한 최빈곤층 성소수자-에 자리한 그를 연민과 애정 어린 시선으로 그린다. 세간은 모두 그를 자극적인 헤드라인으로서만 기억하지만, 사회가 그 책임을 피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하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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