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코로나 시대의 공연예술] 슈퍼주니어 비욘드 라이브 Beyond the Super Show 후기: 현 판데믹 시국에서 가장 고무적인 공연 콘텐츠
BIBC/빕 2020. 5. 31. 22:21
코로나 때문에 콘서트란 콘서트가 모조리 취소되는 가운데 SM 엔터테인먼트에서 온라인 중계 전용 콘서트인 ‘비욘드 라이브’ 시리즈를 선보인다고 해서, 안 그래도 각종 뮤지컬, 연극, 발레 등의 공연을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보고 있었는데 콘서트 쪽은 어떤지 궁금해서 보게 됐다. 마침 10년 전 덕질했던 + 작년 하반기에 나온 2ya2yao가 좋길래 최근 다시 음악을 챙겨듣고 있던 슈퍼주니어가 공연한다고 하여 망설임 없이 구매하게 되었다.
네이버의 K팝 인터넷 방송 플랫폼인 브이 라이브(V LIVE)를 통해 볼 수 있고, 일단 현재 공연계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각종 온라인 스트리밍과 차별화되는 점은 기존에 DVD, 방송용 등으로 촬영해 둔 영상을 다시 공개하는 것이 아니라 아티스트가 실시간으로 공연을 한다는 점이다. ‘비욘드 라이브’는 여기에 더해 온라인 중계의 이점을 살려 AR, 3D 그래픽으로 무대를 꾸미고 웹캠을 통해 팬들과 실시간 소통이 가능하다고 해서 더욱 보고 싶었다. 나는 슈퍼주니어 이후로 아이돌 쪽은 덕질을 해본 적이 없어서, 콘서트에 가면 콘솔에서 응원봉을 블루투스로 일제히 연동시켜서 색깔을 바꿔준다는 걸 최근에야 알게 되어(심지어 좌석번호를 입력해서 위치별로 다르게 작동시킬 수도 있다고...) 내가 심히 보수적인 콘텐츠만 봐온 것이 아닌가 심각하게 고민한 적도 있다(왜냐면 난 시체처럼 관람하는 뮤지컬은 차치하고 콜드플레이도 퀸도 다 일일히 수동으로 핸드폰 라이트 켜서 흔들고 왔단 말야). ‘오즈의 마법사’ 때부터 특히 SM이 사부작 사부작 신기술을 적극적으로 많이 시도해보는 이미지였는데 이 ‘비욘드 라이브’ 시리즈도 세계 최초로 시도하는 거라고 하니, 아티스트와 팬의 인터랙션 정도를 높일 수 있도록 계속 고민하는 아이돌 콘서트 쪽을 앞으로도 계속 좀 챙겨봐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콘서트는 이런 식으로 진행된다.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3면의 월은 물론 바닥까지 실시간으로 3D 그래픽을 입혀, 노래 분위기에 맞는 세트를 만들어냄은 물론 위 사진처럼 온갖 특수효과도 기술적인 한계 없이 구현해낼 수 있다. 당연히 화려한 카메라 워킹이 들어가는데, 가수가 공연하는 실제 공간에 LED로 영상을 띄우는 게 아닌데도 카메라 앵글이 돌아가는 대로 마치 실제 공간처럼 ‘각도가 맞는’ 공간이 구현된다(기사를 찾아보니 카메라 워킹과 실제 공간이 연동되는 AR 합성 기술인 라이브 싱크 카메라 워킹이라고 한다). 그리고 멋있어 멋있는데 폰트 바꿔 줘
동방신기 공연 때는 인터넷으로 스트리밍하는 거라서 중간중간 끊김이 좀 있었다는 것 같았는데 이번 라이브는 1080p로 시종일관 쾌적하게 관람했다. 화질 너무 좋아서 메이크업 위로 흐르는 땀까지 생생하게 보임.... 그리고 무대 앞쪽에 꽂힌 팬 라이트의 무덤이 화면에 잡힐 때마다 뻘하게 웃겼닼ㅋㅋㅋㅋ 저걸 저렇게 후두둑 꽂아놓을 거라고 전혀 생각 못했는데....
그리고 대망의 라이브 인터랙션은 이거다. 월에 한가득 팬들이 관람하는 화면을 공연 중간중간 토크타임 때 띄우고, 가수도 그에 실시간으로 소통한다. 저렇게 얼굴이 뜨는 건 신청자 대상으로 추첨하는 거고, 당첨된 사람들은 어제 사전 리허설(응원구호 떼창이랑 팬이벤트 같은)도 했다고 들었다. 신기한 게 함성소리를 실시간으로 송출해 준다... 노래가 끝난 후나 댄스브레이크 때 송출하는데 그게 사전 녹음된 방청객 소리가 아니라 실시간으로 외치는 소리라는 게 기술적으로 어려운 일이라기보다 그걸 가능하게 할 생각을 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그리고 화면이 실시간이다 보니 라디오 전화연결하듯 특정한 팬을 불러와서 실시간으로 질문 타임을 갖거나 노래하는 중에 특정 팬의 화면을 가리켜서 싸이버 계를 타게 해 주는(...) 것도 가능하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실황을 유투브로 공개했을 때 몇 만 명의 사람이 동시 시청하면서 채팅이 활발히 이루어져, 원래 뮤지컬은 앞만 보고 조용히 관람하는 장르인데 온라인 스트리밍을 통해 되려 오프라인에서 느낄 수 없는 관람객들 사이의 연대감이 생겼다는 기사가 기억에 남는데 ‘비욘드 라이브’ 채팅창은 팬들끼리의 채팅이라기보다 환호성을 타자로 치는 거에 가깝지만 방구석 1열 + 실시간의 조합은 콘서트의 현장성과 열기는 없을지언정 가수와 더 가까이 소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 같다. 애초에 브이 라이브 자체가 가수가 더 자주, 편하게 팬과 소통하기 위한 플랫폼이기도 하고...
‘비욘드 라이브’는 33,000원에 실시간 뷰잉 + 다시보기를 제공하는데 원래 덕질, 그리고 콘텐츠 소비에 돈을 잘 쓰는 편이긴 하지만 콘서트 DVD와 다를 것 없는 영상에 멀티캠까지 제공한다니 전혀 돈이 아깝지 않다; 전체샷이나 다른 가수가 원샷을 받으면 내 최애가 안 보이기 때문에 방송에 중계된 영상과 별도로 무대 내내 내 최애만 볼 수 있는 멤버별 멀티캠은 내가 슈퍼주니어 마지막으로 덕질하던 끝무렵(2012년...)에 IPTV에서 시범적으로 제공하기 시작해서(내가 늦게 접한 걸수도 있음) 진짜 천재적이라고 생각했었는데(지금은 엠카운트다운에서 모든 무대에 제공하고 있고 대부분의 아이돌 컨텐츠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듯?) ‘비욘드 라이브’도 멀티캠을 제공하는 노래가 있어(멀티캠 제공 안 되면 아예 중계할 때 화면분할로 보여줌) 이 콘텐츠를 구매하면 ‘비욘드 라이브’와 8개의 멀티캠이 따라온다ㅋㅋㅋㅋ 심지어 듀얼 모니터로 보면(1개 ID당 2개 기기에서 시청 가능) 하나는 전체무대, 하나는 내 최애만 틀어놓고 동시에 볼 수도 있... 더라... 해 봤다가 싱크가 안 맞아서 멀티캠은 끄긴 했는데 진짜 천재적으로 덕질을 돕는 것 같다. 해봤자 DVD, OST 내주는 공연계의 반성이 필요하다(?)
당연히 응원봉도 없고 내 얼굴이 뜰 것도 아니라 씻지도 않고 침대에 드러누워서 봤지만... 연동되는 응원봉을 흔들고 채팅창에 스티커 날리면서 보면 정말 실시간으로 콘서트를 보고 있다는 느낌이 더욱 강하게 들 듯 하다. 물론 공연 중에도 언급했듯 ‘비욘드 라이브’는 실제 슈퍼쇼 콘서트를 대체할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되지만, 판데믹 시국에 제공할 수 있는 콘텐츠라는 점, 그게 기존 콘텐츠의 재활용이 아니라 오프라인 만남이 안 되는 제한적 상황을 십분 활용해 새로운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어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실시간으로 몇 명이 시청했는지 정말 궁금하다. 끄기 직전에 봤던 하트 수가 12억 개였기 때문이다... 나도 보면서 한 50번은 누른 것 같은데 한 명당 10,000번을 눌렀다고 해도 12만 명... 이 봤다는 게 아닌가.... 하여튼 정말 신선하고 즐거운 경험이었음.
+그리고 오늘 뜬 기사에 의하면 실제로 12만 3천 명이 시청했다고 한다ㅋㅋㅋㅋㅋㅋㅋ
'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코로나 시대의 공연예술] 뮤지컬 해밀턴(Hamilton) 디즈니 플러스 실황 후기: 이민자들의 나라 미국에 대한 찬사 (1) | 2020.07.05 |
---|---|
연극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 후기: 도덕이 사망선고를 받을 때 (0) | 2020.06.22 |
멀베이니 가족(조이스 캐럴 오츠) 후기: 한 가족의 비극을 지켜본다는 것 (0) | 2020.05.25 |
[코로나 시대의 공연예술] 마린스키 발레단 로미오와 줄리엣 (Mariinsky Ballet: Romeo & Juliet) 후기: 유서 깊은 극장의 전통과 역사의 발레 (0) | 2020.05.17 |
[코로나 시대의 공연예술] Northern Ballet 1984 후기: 발레로 구현된 전체주의 국가 (0) | 2020.05.05 |
- Total
- Today
-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