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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아시스 

  • 공연기간: 2022.06.03~2022.06.12
  • 공연장: 세종문화회관 세종S씨어터
  • 출연: 곽지숙, 김보경, 김주빈, 박미르, 배선희, 유다온, 주은주, 최정현, 하영미, 황선화, 황순미
  • 작/연출: 설유진
  • 안무: 하영미
  • 무대: 신승렬 / 조명: 신동선 / 음향, 영상: 목소 / 의상: 강기정 / 분장: 장경숙 
  • 주최: (재)세종문화회관 / 주관: 서울시극단

이천땡땡년, 코로나19 이후 포로나 땡땡 바이러스가 덮친 세계, 연극은 잊혀진 지 오래고 감독과 배우들은 공연형 디지털콘텐츠를 촬영 중이다. 사막과 도시로 양분된 세계, 사막 속에 세워진 호텔 오아시스의 권력자 자리를 두고 벌어지는 암투를 연기하는 배우들. 다만 감독은 이 이야기의 끝에 확신이 없다...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나는 상당히 희망적이었다. 아무런 정보 없이 SF라는 것만 알고 들어 온 연극... 죠죠의 기묘한 모험 같은 의상을 입은 각양각색의 여자배우들이 11명이나 걸어 들어오는 게 아닌가. 무성영화처럼 연출한 호텔 오아시스의 권력암투 신은 꽤 괜찮았다, 정말로...

이것이 죠죠의 기묘한 모험이다

젠더프리, 다인극을 연기하며 공연형 디지털콘텐츠를 촬영하는... 여기서 1차적으로 웃음기가 가시긴 했다. 공연형 디지털콘텐츠? 이거야말로 연뮤덕과 공연관계자만 웃을 수 있는 메타 설정이 아니던가. 코로나19 속 어쩌구... 로 시작하는 서문이 지난 2년 간 공연제작사들이 어련히 인사말로 붙이곤 했던 미사여구가 아니라 진짜로 내용과 관계가 있는 거였다니?

포스트아포칼립스 시대, 연극을 모르고 자라난 배우들은 의미도 모른 채 젠더프리(포로나로 사람이 부족해서), 1인다역(마찬가지로 사람이 부족해서)을 하며 연기를 하고, 연극에 미련이 남은 듯 보이는 감독(연극이었다면 연출이었을)은 오프스테이지에서 내레이션을 하며(이것도 사람이 부족해서) 자꾸 촬영을 끊는다. 무대에서 제대로 된 희망을 노래하지 못하는 시대에, 피상적으로 연기하던 감독과 배우들은 점점 더 연기하는 내용 속에서 현실을 보게 되고 무기력 상태에서 벗어나 더 나은 메시지를 전하고자 의기투합한다. 너무 오래 미워하지 말자, 사랑하자, 희망을 갖자. 

문제는 인물들이 모두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대여서, 사랑이 뭔지, 희망이 뭔지, 이별이 뭔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그래서 그들은 물음표 살인마처럼 계속해서 질문을 한다... 사랑이 뭐에요? 희망이 뭐에요? 이별이 뭐에요? 약속이 뭐에요? 무지한 상태에서 던지는 이런 질문은 익숙한 개념에 참신한 정의를 내리거나 본질을 꿰뚫기 위해 사용되지만... 질문만 난무할 뿐 이렇다 할 답은 하지 않는다. 문답이 아니고 문問만 계속 됨. 연극과 현실을 구분하기 위해 연기하는 중이 아닐 때에는 우주를 표류하는 해파리들마냥 허우적거리며 처어어언처어어언히이이 말을 하는데, 이런 속도로 문답을 끝없이 이어가다 보니 정말 팔걸이를 꽉 쥐고(싶었으나 팔걸이 없음) 버틸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대망의 마지막... 분명 여기서 끝난다. 싶었는데 관객들과 함께 하는(S씨어터의 객석등이 환하게 켜졌다) 카운트다운, 그리고 댄스파티가 남아있었던 것이다. 보통 커뮤니티 참여극들이 이렇게 하던데...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관객들이 같이 카운트다운을 하게 시켰을 것도 같다. 정말로 관객이 같이 문답에 참여한다면 내용은 차치하고 형식적인 면에서라도 의도를 이해할 수는 있었을 것 같다... 사회구성원 모두가 격렬하게 사랑하고, 희망을 품어야 하므로 겨우 10을 세는 동안 11명의 배우들이 마이크를 돌려가며 첨언을 다섯 마디씩 하며 카운트다운을 한다. 분명 어찌 보면 감동을 일으키는 장면이란 걸 안다... 하지만 이 속도로 이미 90분 간 관극을 한 나는 없는 팔걸이 대신 내 가방을 움켜쥘 수 밖에 없었다.

오아시스는 제목답게 밴드 오아시스의 노래로 마지막까지 메타극을 표방하며 끝을 맺는다. 연극 형식의 탐구라고 하면 더 괜찮게 봤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냥 연극을 보고 싶어서 보러 간 나는... 너무 지루했다. 서사가 딱히 없거나 스토리가 긴장감 있는 내용이 아닌 것과는 다르게, 지루하지 않을 수는 있지 않았을까... 연극을 다룬 연극은 한동안은 피해갈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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