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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크 엘루아즈 <서커폴리스> 

예술감독/공동연출: Jeannot Painchaud

안무/공동연출: Dave St-Pierre

무대/영상 디자인: Robert Massicotte

음악: Stéfan Boucher

'서커스' 하면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태양의 서커스 못지 않게 93년 창단하여 오랜 역사를 이어 온 서크 엘루아즈(Cirque Éloize)의 <서커폴리스(Cirkopolis)>를 LG아트센터가 디지털 스테이지 컴온(CoM On) 시즌 2 첫 작품으로 공개했다. 서크 엘루아즈는 캐나다 몬트리올의 컨템포러리 서커스 단체(태양의 서커스도 캐나다 퀘벡에서 시작했다... 벌링턴의 로열 캐네디언 서커스도 그렇고 왜 캐나다는 서커스에 강한 것인가?)로, 서커스 텐트보다는 프로시니엄 아치의 실내 공연장에 적합한 작품을 주로 선보여왔다. 그 중 2012년작 <서커폴리스>는 아름다운 유토피아 밑에 노동자들이 착취 당하는 지하 세계가 있다는 내용의 프리츠 랑 감독의 SF 영화 <메트로폴리스>를 서커스로 옮긴 작품이며, 2018년 한국에서도 공연된 적이 있다. 영상과 결합하여 한 장면, 한 장면이 영화의 미장센 같이 아름답게 짜인 연출과 오리지널 스코어가 더해져 서정적인 분위기가 매력이다.

모두 칙칙한 양복을 입고 기계 같이 움직이는 지하 세계, 마찬가지로 재미 없는 양복을 입은 남자가 끊임 없이 몰려드는 서류뭉치에 도장 찍는 재미 없는 일을 반복한다. 남자는 때때로 종이를 구겨 휴지통에 멋드러지게 던져넣거나 스탠드를 움직여 벽에 그림자를 만들어보지만, 서류를 가져다주는 동료의 호된 경고에 번번히 저지 당한다. 그의 앞에 저글링을 하고 색색깔의 풍선을 든 사람들이 등장하고, 칙칙했던 지하 세계에는 색채와 웃음이 생겨나는데...

반복적이고 지루한 일상을 비집고 들어온 기이한 사람들 - 은 미학적, 연극적 요소를 가미한 컨템포러리 서커스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소재다. <서커폴리스>는 태양의 서커스처럼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가득 채워진 환상의 세계를 창조해내지는 않지만, 메트로폴리스를 상징하는 회색빛 도시의 3D 영상을 이용해 감각적인 흑백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특히 구식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듯 탁한 기계음이 섞인 음악은 지하세계에서 스피커를 통해 흘러 나오는 유토피아의 방송을 듣고 있는 듯하다. (다행히도)국내 음원 사이트에서도 <서커폴리스> 앨범을 들을 수 있어 음악을 들으며 공연의 내용을 복기하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다(특히 차이니즈 폴의 'Tickle Me Home'과 저먼 휠의 'Don't Turn Me On'이 매우 신난다!)

아찔한 묘기를 볼 때의 뱃속이 꼬이는 듯한 긴장감과 어려운 곡예가 성공했을 때 긴장이 탁 풀리는 안도감을 생생하게 느낄 수 없어 아무래도 무용이나 연극에 비해 서커스를 영상 매체로 볼 때 감흥이 훨씬 덜할 수밖에 없고, 음악과 화면만으로도 아름다웠으나 영화에 비해 서사나 미장센이 부족해 지루한, 조금 아쉬운 시청이기는 했다. 영상을 보는 내내 실제로 극장에서 보고 싶다는 생각과 최근 파산 신청을 한 태양의 서커스가 생각 나 서글픈 기분만 들었다... 얼른 코로나 시국이 정상화되어 서크 엘루아즈가 다른 작품으로 국내를 한 번 더 찾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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