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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앤디 후기] 디앤디 3회차

BIBC/빕 2026. 6. 21. 23:28

D&D 2회차는 하고 나서 너무 바빠서 후기를 못 남기고ㅠㅠ 2회차에 레벨업을 하고 스킬을 더 배웠는데 신기했다! 듣기로는 3~5레벨이 제일 재밌다고 한다.
아기자기한 던전밥 1층 느낌이었던 스토리가 갑자기 엔딩에서 어마무시한 것으로 바뀌었다ㄷㄷ D&D가 보통 이렇다는데 너무 기대된다!! 근데 난 아직 쪼렙인데 괜찮은 걸까? 호빗마을에서 잡몹 잡다가 갑자기 절대반지 받은 느낌... 2회차는 전투가 많아서 주사위 굴리는 재미가 있었다면 3회차는 이야기가 훅훅 전개되는 게 넘 재미있었다. 오늘 정보량이 무지 많았음ㄷㄷ 이제 캐릭터들끼리의 관계도 어느정도 정립이 돼서 서로 상호작용도 좀 막힘 없는 것 같다. 근데 넷 다 쌩뚱맞은 걸로(NPC가 우리에게 거짓말했다는 의심) 너무 오랫동안 걱정해서 그게 웃겼음ㅋㅋㅋㅋ 마스터님이 그...그건 아니었어요 하고 알려주심ㅋㅋ 다음 회차가 너무 기대된다ㅠㅠㅠ 아래는 1인칭 후기:


우리의 모험도 어느덧 한 달 차에 접어들었다. 레드 드래곤이시여, 우리의 모험에 빛과 용기를 불어넣어 주소서. 그간 우리는 각자 마법도 조금 더 익혔고 무엇보다 교단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얻었다. 드래곤 발톱과 불꽃이 교차하는 교단의 표식과, 레일론으로 복귀한다는 쪽지! 드래곤의 발자취가 살아숨쉬는 썬더트리를 아쉽게도 뒤로 하고, 우리는 항구마을 레일론으로 향했다. 썬더트리를 떠나기 전에는 드래곤 알을 좀 더 안전하게 운반하기 위해 가방도 하나 샀다. 나는 안전을 기하기 위해 50kg짜리 쇠로 만든 케이스를 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가방을 맬 데이에게 거절당했다. 대신 구매한 가죽배낭은 부드러워서, 알이 들어간 모양대로 축 처지긴 했지만 이제 아무도 우리가 드래곤 알을 가지고 있는지 모를 것이다.(이상하다, 그런데 왜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드래곤 알을 가지고 어딜 가냐고 했을까?)
우리에게 교단의 추적을 의뢰한 엔클레이브에서 고맙게도 레일론까지 가는 마차를 수배해 주었다. 썬더트리에서는 한참이나 떨어져 있어, 걸어갔다간 교단이고 뭐고 레일론에 도착하기도 전에 객사했을 것이다. 다만 마부가 말이 너무너무너무 많았다. 몬태규는 어디서 구한 것인지 굳힌 왁스를 (지 혼자만)귀에 끼우고 자고 있었고, 해리와 데이와 나는 대화를 끊어볼 요량으로 마부에게 단답을 던졌지만 마부는 기가 막히게 본인의 TMI를 풀어놓았다. 마부의 둘째 딸이 최근 손녀를 낳았고 이름이 옐레나란 것까지 아는 상태다. 다음 번엔 조용히 가기 옵션이 있는 블랙으로 불러달라고 해야지.
아니, 이게 중요한 게 아니다! 레일론으로 향하는 마차 안에서 우리는 알과 교감을 했다! 드래곤에 대해 책을 많이 읽었던 나는 알에게 의식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고, 임신한 배에 귀를 대듯 알에 귀를 가져다 댔다. 귀를 댄 건 나뿐이었는데, 우리 모두 알의 목소리를 들은 게 아닌가?! 말뜻이 분간이 되지는 않았으나, 그건 드래곤어 옹알이였음에 틀림없다. 머릿속을 울리는 너무나 사랑스러운 목소리! 나는 모두의 아주 적극적인 찬성 하에 드래곤갱이라고 태명을 짓고(특히 데이와 해리가 아주 열정적이었다), 태교일기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기묘하게 4인 전원이 드래곤어를 하는 우리는 계속해서 말을 걸었지만, 아쉽게도 더 이상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레일론은 마을이 크지는 않았지만 조그만 상점과 여관이 즐비한 나름 활기찬 마을이었다. 28kg~50kg씩이나 되는 짐을 들고 있던 우리는 (나는 오늘에서야 내 체중이 인간 기준으로 매우 말랐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해리가 키빼몸 140이라는 알 수 없는 말을 했다. 노움식 유머인가?) 가장 가까운 여관에서 4인실을 빌렸다. 주인이 최고급 스위트도 있다며 계속 말을 걸었지만 칼같이 거절했다. 모험가가 호사에 익숙해지면 안되는 법이다. 대신에 여관에서 간단히 아침을 먹고, 휴대용 배낭과 알만 챙겨 우리는 길을 나섰다.
아무래도 알가방이 주의를 끄는 것 같아 도라에몽 마법주...머니가 아니라 다차원 보관 주머니를 찾아 '워터딥의 깃털'이라는 상점에 들어갔다. 아름다운 엘프 윈자나 미스트가든이 우릴 맞아주었다(무엇을 찾느냐길래 당신을 찾고있다고 했더니 패싱당했다). 주인의 이름까지 알게 된 건... 우리가 진상 짓을 하느라 상점주인과 지나치게 많은 대화를 했기 때문이다. 치유물약이 45G라는 말에 놀라 대충 몸빵으로 때우기로 한 우리는, 드래곤의 생태를 다룬 서적이 10G라는 말에 필요한 부분만 읽고 나가기로 했다. 데이를 쿡 찔러서 데이가 없는 사회성을 최대한 발휘하여 최고급 양피지로 만든 마법 스크롤부터 휴대용 수정구슬까지 물어보는 동안, 나는 드래곤 알의 부화시기를 찾아 읽었다...만 서적에는 '때가 되면 알게 된다' 요 모양으로 써 있었다. 이런 놈도 책을 내는데?? 드래곤 알은 환경이 불안정하면 스스로 부화시기를 미룬다고도 한다. 만약에 드래곤이 부화하면 데이가 업고 다니면서 늦둥이 동생이라고 하고 다닐 수도 있을까? 드래곤본이라 대충 닮았는데... 윈자나의 할머니 홀라윈 미스트가든은 드래곤 전문가로, 현재 엔클레이브가 교단을 추적하고 있는 스톰렉에서 연구 중이라고 한다. 스톰렉에 가면 들러봐야겠다.

아침을 먹고, 쇼핑을 하고(미스트가든의 가게에서는 1G도 쓰지 않았지만), 슬슬 교단을 잊고 관광객처럼 굴던 우리는 정신차리고 둘로 나눠 단서를 찾기로 했다. 사회성이 좋은 나와 몬태규는 마을로 가서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고, 데이와 해리는 골목골목을 다니며 수상한 건물을 찾기로 했다.
나와 몬태규는 마을 광장의 가장 큰 술집에 들어가('황금 곡괭이'? 그런 이름이었던 것 같다), 대화를 시도했다. 몬태규에게 시키자 드래곤... 드래곤 없나... 드래곤 좋아하는데... 하며 수동적 요구를 혼잣말로 중얼거리기 시작해, 모험가들이 험악한 표정을 지었다. 레드 드래곤이시여... 내가 힘쓸 수밖에 없지. 나는 위풍당당하게 원래 악단이 밤마다 연주하는 포디움 위로 올라가, 플루트를 꺼내들었다. 나의 매혹적인 연주로 주민들의 호감을 사리라... 나는 입을 대고 힘차게 불었다.
그것은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삑사리였다. 힘차게 불었기 때문에 첫 음만 난 것이 아니라 한 소절을 삑사리 내며 다 불었다. 큼. 사실 내 전공은 백파이프와 드럼이다. 너무 오래 안 써서 안에 먼지가 끼었던 게 분명하다. 야유가 비처럼 쏟아졌고 나는 공연히 플루트를 털어냈다. 오르페우스처럼 음악으로 홀리는 건 포기하고, 나는 마을 주민들에게 마을에 광산이 있냐고 물으며 대화의 물꼬를 텄다. 마을 사람들은 레일론이 원래 광산으로 부유해졌으며, 전쟁으로 망했지만 무역으로 다시 재건 중이라고 친절하게 알려주면서 모험가들을 위한 일거리는 광장 게시판에 가보라고 알려주었다. 젠장, 진작 말로 할걸. 주민들은 죽은 자의 늪에 밤에는 가지 말라는 수수께끼 같은 말을 덧붙였다. 죽은 자의 늪? 이름만 들어도 당장 가고싶다. 이런 애들이 모험가한다고 집 나오는 것이다.
광장 게시판에는 교단과 연관된 것 같은 얘기는 없었고, 나와 몬태규는 맥주와 타코야끼를 사서 일단 벤치에 앉았다. 의식이 멀어질 때쯤 데이와 해리가 우리를 끌어냈다. 그 둘은 수상한 건물을 찾다가 포기하고 부둣가에서 갈매기?? 와 대화를 하고 고양이??에게 심지어 멸치를 두 마리나 바치고 근처 섬에 대한 단서를 찾았다고 했다. 우리는 해가 지기 전에 관광명소를 들르고 싶은 관광객인 척을 하며 배를 빌리려 했으나 주민들 아무도 죽은 자의 늪 쪽으로 가려하지 않았는데, 빌레나 라는 골리앗 소녀가 자신을 데려가줄 모험가를 찾고 있었다며 엄마 배를 훔쳐서 우릴 태워줬다. 그 섬에서 하룻밤을 보내면 미래를 예언하는 꿈을 꾼다고 한다! 이거 냄새가 나는데? 나는 잘 기억은 안 나지만 물 위를 걷는 반지를 테스트해보겠다며 배타기를 거부했던 것 같기도 하다.
뭍에 가까운 그 작은 섬에는 우리 말고도 이미 배가 두 척이 있었다. 밤에는 여기 안 온다며!? 우리는 극도로 조심하며 불을 밝혀 살폈지만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수정구를 양손에 든 예지의 신 사브라스의 석상이 있었는데, 데이가 우연찮게 주위를 걷다가 지하로 내려가는 통로를 발견했다. 몬태규가 사역마를 보냈는데, 지하는 사브라스의 신관들을 모신 듯한 지하 무덤이었고, 거기엔 교단원 둘이 있었다!! 석판? 의식? 알레하? 이 놈들에게 엿들을 만한 정보는 모두 엿듣고, 우리는 신속하게 그들을 급습했다. 정확히는 나는 급습하는 데이에게 부딪혀 튕겨나갔고(오늘부터 탄단지 챙긴다) 데이가 휘두른 망치에 한 놈은 즉사했다. 레드 드래곤이시여, 저 팔라딘의 앞길에 속죄할 기회를. 그런데 두 놈이 더 튀어나오는 게 아닌가? 이놈들, 1인1배로 호사를 누린 게 아니었구나! 하지만 해리가 퍼뜨린 독은 한 놈을 끝장내고 다른 놈에게까지 치명타를 입혔고, 몬태규는 사령의 손길로 놈을 지하무덤에 어울리는 상태로 만들어주었다. 나? 내 창은 빗나갔다. 난 음악으로 즐거움을 주는 바드란 말야!
동료 셋이 끔살 당하는 걸 본 나머지 한 명은 목숨만은 살려달라며 정보를 불기 시작했다. 안타깝게도 이 놈은 너무 말단이라, 알레하가 어디 있는지, 아까 말한 석판이 무슨 의식에 쓰이는 건지, 교단의 근거지가 어디 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정보를 몽땅 분 이 놈을 죽일지 살려둘지 설왕설래가 오가다가, 결국 몬태규가 칼을 빼들었다. 레드 드래곤이시여, 오늘도 한 놈(아니, 네 놈) 갑니다.
석판은 다소 퍼즐 같은 장치 뒤에 숨겨져 있었다. 갑자기 신내림을 받은 데이가 안내문에 따라 기둥을 요리조리 돌렸고, 우리는 석판을 발견했다.

우리는 보았다
죽은 별 아래서 깨어나는 뼈의 왕을
그리고 우리는 그 미래를 부인했다
그러나 미래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것은 기다릴 뿐이다

...불안하기 짝이 없는 내용이었다. 어떤 의식인지는 몰라도 교단은 뼈의 왕을 부활시킬 셈인 것 같았다. 아무리 봐도 이거 세계에 멸망 비슷한 것을 갖고 올 분위기 아니야? 해리가 기발하게도 양피지를 석판에 대고 그어서 내용을 필사했고, 석판의 내용을 교단이 보지 못하게 박살낸 후 우리는 무덤에서 빠져나왔다. 잠깐만, 빌레나가 어디 있더라? 우리는 밤에는 이 섬을 오지 말라던 말조차 못 들었다던 교단 놈의 말을 생각했다. 그 놈은 분명 진실을 말하고 있었는데... 설마 빌레나가 우릴 속였나?
빌레나는 다행히 자고 있었다만 해리와 몬태규가 혹시 몰라 밤을 새기로 했다. 나와 데이는 배에 몸을 구겨 넣고 잠을 청했다.

드래곤의 고통스러운 비명
뼈가 우그러지는 소리
뼈로 만들어진 거대한 산
발 밑을 울리는 진동
피부가 탈 것 같은 연기, 연기, 연기!
연기 너머 그림자가 보인다. 저것은 드래곤인가, 아니면...?
그것은 입을 벌린다. 날개로 보이는 것이 등에 달려있다.
그 때 굉음이 들리고, 여러 생명체의 죽음이...


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잠에서 깼고, 데이도 마찬가지였다. 먼저 잠에서 깬 빌레나는 신기해하며 자신이 꾼 꿈을 몬태규와 해리에게 얘기해주고 있었다. 자신이 모험가가 된 꿈이라고 했다. 나는 드래곤과 동거하는 꿈을 꿨다고 얼버무렸고, 데이는 잊어버렸다고 했다. 빌레나가 자릴 비운 사이 데이를 붙잡고 물어보자 나와 같은 꿈을 꿨다고 했다. 불안하다, 이건 좋은 징조가 아니다. 그저 무료함을 벗어나고자 떠난 나의 모험이 뭔가 거대한 것으로 변하려고 하고 있었다.
그래서 빌레나와 마을 사람들은 우리에게 거짓말을 한 것일까? 이 마을 전체가 우릴 속이고 있는 것일까? 우리 넷의 토론은 끝없이 이어졌고, 그 때 뭔가 신...의 목소리 같은 것이 하늘에서 울렸다.

그건 아니다

ㅇㅋ... 알겠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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