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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 Dungeon & Dragons의 약자이자 우리가 아는 'RPG' 게임의 워리어/소서러/바드 등 클래스의 원전이자 최근 미디어로는 '던전밥', '발더스 게이트3', '기묘한 이야기' 등에서 만나볼 수 있는 그것. TRPG에 아주 가볍게 입문했지만 예상할 수 있는 난관(티알할 수 있는 친구 없음) 이슈로 멈췄다가 최근 말로만 듣던 크툴루의 부름을 해 보았는데, 이어서 디앤디까지 해 보게 되었다. (친구들아 고맙고 사랑한다)
중세판타지 장르를 사랑한 덕에 D&D 세계관이 그렇게 낯설지는 않았는데, 원래 내 취향이라면 무조건 바바리안이나 팔라딘 픽이었으나 CoC에서도 전직군인. 을 했기 때문에, 아예 생각도 안 해 본 바드로 골랐다. 그리고 취향을 포기 못해서 종족은 티플링으로 함. 사실 나한테 안 익숙해야 더 재미있을 것 같아서 약간 흐린 눈하고 능력치도 마구잡이로 고름. 그 결과 협박 기만에 능하고 손놀림 나쁜, 그러나 체력은 기가 막히게 약한 바드가 되었다. 와중에 드럼과 롱혼을 갖고 다님. 대체 이 체력에 어떻게 갖고 다닐지 모르겠음. 나는 혼돈선이었고 혼돈계열이 많았는데 첫 전투는 그냥... 혼돈스러웠음 원래 d20이 이렇게 1이 잘 나오나...? 툭하면 빗나가고 천둥으로 정전기 일으키고 불꽃으로 핫팩 데워주고 난리 남. 근데 너무 웃기긴 했다 TRPG의 매력이란 주사위가 랜덤인 점, 그리고 진짜 개박살 점수가 나와도 어떻게든 스토리는 진행될 수 있다는 점인 것 같음. 첫 전투가 진짜 개박살. 뭘 믿고 우리한테 호위를 맡기셨어요? 수준이었는데 이후 마지막 전투에서 주사위가 빵빵 터져서 극적인 성장을 이뤘다(기묘한 이야기에서 왜 주사위 던지고 소리 지르는지 100% 이해했음). TRPG 전투 시스템은 처음 해 보는데 D&D는 워낙 고인물 장르라 그런지 애초에 캐릭터 생성과 캠페인 생성도 온라인으로 하고, 배경음악도 있고(이건 DM님이 고생해준 것 같지만) 전투맵도 만들어져 있어서 아날로그적인 디지털을 경험할 수 있었음. 전투다 보니까 누가 앞을 막고 있고 피해 범위가 어디까지고 이런 것들도 반영이 되어서 너무 신기했다.
https://www.dndbeyond.com/classes?srsltid=AfmBOooPge0jLLrxKMpDAEhkjAqf54UXyFcFktTg75RR3JqBR65oSF2k
Character Classes for Dungeons & Dragons (D&D) Fifth Edition (5e) - D&D Beyond
Dungeons and Dragons (D&D) Fifth Edition (5e) Classes. A comprehensive list of all official character classes for Fifth Edition.
www.dndbeyond.com
간지나는 클래스 일러스트들
그리고 DM을 맡아준 친구가 무려 오리지널 시날을!!!! 가지고 와줘서!!! 그리고 캠페인으로 진행할 수도 있다고 해서!! 우리의 오합지졸팟(fact, 그리고 다섯명임)은 다음 달에 한 번 더 모여 스토리를 이어 나가기로 했다. 캠페인이 대체 뭘까... 했는데 드디어 그 뜻을 알게 되었다. 이미 한 번 생성한 캐릭터로 가는 거니까 시간 제일 많이 잡아먹는 캐릭터메이킹 시간도 줄고, 그리고 스킬이랑 서로의 관계도 발전해 나가서 너무 기대된다. 오늘 했던 내용을 대충이나마 나의 캐릭터 시점으로 써 봄. 나는 혼돈선/레드 드래곤 신앙을 지닌 티플링/바드(솜소라도)였다:
오늘에야 로그를 쓴다. 탐험의 시작은 약 일주일 전이었지만, 차마 쓸 경황이 없었다... 사실 너무 바빠서 기도도 몇 번 빼먹었다. 레드 드래곤이여 용서하소서. 요 일주일을 통해 나는 최악의 오합지졸들이자 누구보다 든든한 아군을 손에 넣었다.
요는, 우리 모두 마을을 벗어나고 싶어했다는 거다. 나는 드래곤의 피를 이어 받은 백작이 근처 저택으로 이사 왔다는 소문을 듣고 얼굴이라도 볼 수 있을까 하여 저택을 염탐하고 있었는데, 다크로드 몬태규... 우리 어머니의 원수이자 우리 할머니의 원수, 우리 증조할머니의 원수(목숨을 앗아갔다는 뜻은 아니다. 우리 어머니, 할머니, 증조할머니는 멀쩡히 살아계시다. 다만 가족끼리 사이가 매우 안 좋은 것일 뿐. 베로나에서 전해져 오는 슬픈 전설에 따라 내 성은 캐퓰릿이어야 할 것 같지만 애석하게도 콜럼버스다)가 저택에 침입하는 것이 아닌가? 어둠 속에 숨어서 술수나 부리는 저 마법사 자식, 나는 당장에 우리 마을 팔라딘에게 보고했다. 데이라는 이름의 이 팔라딘은 약간 제정신이 아니다. 하지만 이 작은 마을에 권위라는 게 조금이라도 있는 건 이 사람 뿐이라서 주저 없이 보고했다. 팔라딘은 함께 있던 드루이드 해리포터(이 사람 저작권 괜찮은 건가? 아니, 레드 드래곤이여, 제 정신을 맑고 바르게 인도하소서)를 데리고 가서, 다크로드를 질질 끌고 왔다. 그러니까 우린... 감옥에서 만난 사이다. 다크로드가 훈방조치로 풀려나고(아무래도 뇌물을 쓴 것 같다. 이 금수저 자식.) 며칠 후 호위를 위한 모험자들을 구한다는 공고가 붙었고, 거기에 지원한 건 바드/티플링인 나, 드루이드/노움 해리포터, 워록/티플링 다크로드, 팔라딘/드래곤본 데이 뿐이었다. 우리 마을은 자급자족하며 살아가는, 대도시와 대도시 사이를 잇는 아주 작은 마을이었고, 내 재산이라곤 염소 두 마리밖에 없었다. 아무리 좋은 음악을 들려줘도 염소들은 박수를 쳐줄 수가 없지 않은가.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모험이 처음이다. 나는 염소 두 마리밖에 없었다니까! 다들 마찬가지인지, 우리의 첫 전투는... 처참했다. 내 생각엔 그 교단원들이 우리가 주문 외는 걸 기다려주다가 살짝 졸았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불마법으로 적에게 핫팩 대어준 적 있는가? 냉기의 손길로 찬 바람 불어준 적은? 있을 수 있으니 주의하고 평소에 마법연습 하라. 우리를 고용한 것은 다크엘프인 모로로, 창백한 보라색 피부에 달빛 같은 은발을 늘어뜨리고, 키가 매우 컸다. 은발 사이로 튀어나온 길다란 귀와 사연 있는 듯한 눈빛이... 그만. 그는 커다란 짐을 지고 있었는데, 네버윈터까지 모로와 짐을 호위하는 게 우리 임무였다. 하지만 기껏해야 고블린이나 나오는 길목에 갑자기 교단이 튀어나오다니. 거기다가 이름만 주구장창 들었던 사이비 교단이 아닌가? 자연이 배출해낸 최고의 포식자, 드래곤 앞에서 우리는 그저 공포에 떨며 섬길 수 있는 은혜만 입었을 뿐인데, 감히 드래곤 사냥을 하고 다니다니. 내 이놈들에게 레드 드래곤의 가호를 받은 불주먹(참고로 나는 불주먹은 아직 못 배웠다. 냉기의 손길 밖에 못 쓴다) 맛을 보여 주리라.
처음으로 마을 밖에서 자 본 여관도 쌀쌀맞기 그지 없었다. 내 매력이 안 통할 리가 없는데, 나와 데이가 깎아달라고 하는데도 여관주인은 인당 3G를 알차게 가져가는 게 아닌가? 내 드럼과 롱혼과 하프와 트럼펫과 백파이프과 아코디언과 캐스터네츠를 놓을 자리도 가까스로 만들었다(옆 침대의 다크로드가 뭐라 하긴 했지만 무시했다). 게다가 데이는 명색이 팔라딘인데 무슨 나인투식스를 하겠다고 일찍 자 버리고. 아무래도 모로가 수상쩍었던 나와 해리포터, 다크로드는 밤중에 모로가 잠들면 짐을 열어보기로 했는데, 해리포터 이 미치신 분이 데이의 도끼에 발이 걸려서 챙그랑챙챙창창후라이팬놀이를 한 게 아닌가? 나는 밤샘에 약했으므로 그 때 포기하고 잤다. 다행히 철야를 많이 해 본 다크로드가 밤에 기가 막힌 손놀림으로 모로의 짐이 드래곤의 알이란 것을 파악했다. 이 말을 전해 듣고 나는 모로가 교단의 첩자라고 확신했다!
다음날 아침, 우리가 나온 방을 웬 하플링이 뒤지는 게 아닌가?(우리 마을엔 하플링이 없었다. 너무 귀엽다! 이거 종족차별인가?) 너무 커다란 골리앗이랑 엘프가 동행이라 또 싸워야 되는 줄 알고 쫄았는데, 다행히 우리 편이었다. 그 사이비 교단놈들은 어린 드래곤 새끼를 납치하여 세뇌시킨다고 한다!!! 용서할 수 없었다. 모로 또한 전 교단원이었으나, 교단에 반대해 알을 보호하려고 한다고 한다. 우리는 썬더트리 폐허로 가서, 모로가 알을 무사히 넘길 수 있도록 돕기로 했다.
썬더트리 폐허는 드래곤이 나온다고 하는 유적으로, 사실 조금 많이 설렜다. 드래곤 화석이나 드래곤 발자국 하나 나오지 않는 작은 마을에서 신앙심을 유지하기가 얼마나 힘든지 아는가!? 그런데 이번에 드래곤을 실제로 볼 수도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다크로드와 함께 탑의 나선형 계단을 뛰어오르니(데이와 해리포터는 거의 기어왔다. 해리포터는 노움이라 봐 준다고 해도 데이는 뭐냐??) 어린 그린 드래곤(진짜 너무 귀여움... 신이시여... 하지만 저는 레드 드래곤을 향한 마음을 버리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비늘하며... 너무 귀여움)이 묶여있고, 교단원이 다발로 있는 게 아닌가?! 잠깐 우리의 첫 얼레벌레 전투가 떠올라 눈물이 날 뻔 했지만, 각자 돌격했다. 해리포터와 다크로드는 마법사들 아니랄까봐 원거리 공격이나 광범위한 공격을 하는데, 다시 봤다. 천둥을 동반한 바람이 내 볼따구를 스치고 지나갔을 때... 깝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드래곤을 포박한 말뚝을 하나 제거하는 데 성공한 나는, 주로 드럼을 치면서 전장의 사기를 북돋아 주고 있었다. 그리고 우린 교단원들을 모두 해치웠다!! 수상하게 모두 드래곤어를 할 수 있는 우리 넷이 다 같이 모여 그린 드래곤에게 치유 마법을 걸던 그 때의 기쁨이란. 노래로 지어서 동료들에게 들려줘야지.
우리는 내일 또 다른 곳으로 향한다. 교단은 큰 조직이고, 우리는 아주 일부만 해치웠기 때문이다. 솔직히 모험자야 죽든 말든 본인 책임인데 드래곤을 해치는 건 용서할 수 없다. 위층에서 자꾸 두드리는 소리가 나는데 혹시 내가 백파이프를 불고 있기 때문일까? 아름다운 연주에 감동했나 보군. 레드 드래곤이시여, 앞으로 가는 길을 그 숨결로 밝혀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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