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의 공연예술] 우울증을 다룬 1인극 <All of Me: The Twine>이 인터랙티브 연극을 시도하다
All of Me: The Twine
극작: Caroline Horton
연출: Alex Swift
디자인: Eleanor Field
음향 디자인: Elena Peña
우울증을 다룬 캐롤라인 호튼의 1인극 <All of Me>가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을 위한 오픈소스 Twine을 통해, 판데믹으로 취소된 북미 투어 대신 온라인 딜리버리로 형식을 전환하여 선보였다. 캐롤라인 호튼이 극작, 주연한 <All of Me>이 예정대로 오프라인에서 공연되었다면 위 영상과 같은 모습일 터다.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우울증이 소재이고, 어디로 튈 지 모르는 라이브의 매력을 사랑하기 때문에 녹화 중계의 형태를 취하고 싶지 않아 새로운 형식을 모색했다고 한다.
<All of Me: The Twine>은 이하 링크에서 플레이할 수 있다. 엔딩 크레딧이 뜨기까지는 실제 공연을 관람하듯 70분 가량 소요된다.
https://allofme.itch.io/all-of-me-the-twine
<All of Me: The Twine>은 우울증을 앓고 있는 주인공이 자신을 부르는 자매의 목소리를 무시하며, 무기력하게 누워 있는 집에서 시작한다. 주연배우의 대사는 모두 텍스트로 대체되었다. 주인공은 의식의 흐름에 따라 방의 전등을 주시할 수도, 창 밖을 볼 수도, 보드카를 마실 수도, 외출을 할 수도 있다. 선택지에 따라서 주인공이 다르게 반응하며, 밖을 나가는 행위나 시간의 흐름에 따라 특정한 이벤트들이 발생한다. 하지만 주인공의 공허와 절망이 모든 것을 압도하기 때문에, 결국은 무기력과 자기파멸로 나아가고 그 사이클이 또 반복될 것임을 암시한다.
연극의 주 요소인 현장성, 동시간성을 배제하고 관객이 극과 상호작용할 수 있게 한 셈인데, 결국 <All of Me: The Twine>은 아주 오랜 시간 존재해 온 매우 간단한 구조의 텍스트 베이스 게임이 되었다. 몰입감과 긴장감을 높이기 위해 배경음악을 삽입하고, 여러 개의 선택지를 부여하고, 텍스트가 점멸하거나 크기가 바뀌거나 색이 변하는 등 다양한 효과를 주긴 하였으나, 똑 같은 형식의 (더욱 정교하게 고안되고 발전한)게임이 존재하는 상태에서 이걸 연극의 부가콘텐츠가 아니라 연극의 새로운 장르로 쳐줄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연극으로서는 새로운 시도이지만 오래 된 게임 콘텐츠의 형식이 되었다는 데에서, 사람이 군집할 수 없어 현장성을 잃어버린 연극의 지향점은 어디인 지 고민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