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본 영화
1. 화양연화 (In The Mood For Love, 2000)
장만옥 나올 때마다 내적으로 사랑고백하게 되는 영화... 매 장면, 장면이 심혈을 기울여 찍은 예술 사진 같았고 특히 서로가 교차할 때마다 슬로모션이 걸리며 귀를 때리는 그 음악은 평생 잊지 못할 듯 하다. 사랑이 시작되는 정확한 순간을 모른 채 어느새 서로에게 스며든 주인공들처럼 알 듯 말 듯, 전해질 듯 말 듯 억눌러왔던 감정이 겨우 조심스럽게 새어 나오고, 외국의 어느 벽에 난 구멍 안에 꾹꾹 눌러 담아 버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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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부탁 하나만 들어줘 (A Simple Favor, 2018)
폴 페이그 감독이라 믿고 봤는데... 여성 듀오의 케미스트리를 맛깔나게 뽑는데 동시에 항상 이성애 로맨스에도 집착을 해서 사족이다 싶을 때가 많았는데 그거의 최고봉. 안나 켄드릭이랑 블레이크 라이블리가 사랑하는 내용일 줄 알았는데 이렇게 허위 매물을 내놓을 수가 있냐... <곤 걸>의 아류작 같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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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소울 (Soul, 2020)
이렇게 평범한 얘기를 이런 식으로 풀어낼 수도 있다니... 삶은 꼭 거창한 목적을 위한 여정이 아니며 매 순간이 행복이라는 메시지는 처음 접하는 게 아닌데도 압도적인 영상미와 감동적인 스토리텔링으로 마음을 건드렸다(더불어 눈물샘까지). 편히 앉아서 영화를 보는 나에게 그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어서 캐릭터들이 대신 극한으로 절망적인 상황에 처하고... 귀여운 그림체 때문에 덜 느껴질 뿐이지 드라마틱하게 절망적인 상황을 정말 잘 만든다. 그렇기에 엔딩이 더욱 소중한 거지만! 100% 재택근무로 만든 장편 애니메이션이란 점도 그렇고 전하는 메시지도 암울한 현 시국에 희망을 주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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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 (Bombshell, 2019)
근본적으로 엔터테이닝한 영화라는 점은 이 영화의 장점이자 단점. 폭스 뉴스의 수장 로저 에일리의 위력에 의한 성추행, 강간 사건을 조명해서 누구나 재미있게 볼 수 있게 만든 대신, 지나치게 자세한 시각적 묘사나 피해자가 소위 말하는 '꽃뱀' 짓으로 앵커 자리를 따냈다는 식의 암시는 실제 사건을 다루는 제작진이 윤리적인 면에서 고민을 깊게 안 했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꼭 폭스 뉴스가 아니더라도 똑 같은 정장 차림의 남앵커에 비해 여성앵커의 옷차림은 그 자체로 얼마나 상품화되는지. 2016년에 일어난 최근 사건이던데 그 때까지도 '너 ㅍ...ㅔ미니스트야?' 이러고 앉았다. 뉴스가 하이힐과 짧은 치마, 긴 머리에서 벗어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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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모노노케 히메 (Mononoke-hime, 1997)
재개봉하면서 바뀐 원제를 그대로 따온 제목보다 '원령공주'라는 옛날 제목이 익숙한, 어릴 적 나에게 아주 큰 영향을 끼친 영화. 영화의 메시지인 환경과 인간의 공존보다는 들개를 타고 다니는 산의 이미지가 더 충격적이었다. 보통 남성 캐릭터에서 많이 드러나던 이런 거칠고 동물에 가까운 전사의 면모를 여성 캐릭터에서 제대로 본 것이 이 때가 처음이었음. 이 이후로도 끊임 없이 산에서 변주한 캐릭터들을 사랑하고 있다... 21세기의 대자본 애니메이션에서도 보기 힘든 에보시 같은 여성 권력자 캐릭터를 보면 하릴없이 '옛날이 좋았다~~' 같은 꼰대 같은 발언을 할 수 밖에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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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퍼펙트 케어 (I Care A Lot, 2020)
미국의 의료보험 시스템의 허점을 노린 !레즈비언! 커플의 사기극. 대자본 헐리우드에서 레즈비언 주인공 보는 거 처음인 것 같아서 그것만으로 별점 오천 개 먹고 들어감... '여성으로서의 매력', 즉 선입견 따위를 이용하지 않고 정면승부하는 강인한 백사자 같은 말라 캐릭터가 인상적이었다. 다만 엔딩은... 남감독의 한계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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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나를 차버린 스파이 (The Spy Who Dumped Me, 2018)
웃기고 잔인하고 스피디한 코미디지만, 이런 여성 투톱 버디물은 왜 항상 남친을 안겨주며 끝이 나는가... 스파이-더히트-더허슬에 이르기까지 구도가 너무 비슷하고 항상 핫한 남친이 보상으로 주어진다. 자존감 낮고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했던 주인공이 숨겨진 재능을 찾으면서 스파이로 활약한다는 설정은 좋았지만, '달라진 나'를 표현하는 것 중 하나가 남친이라뇨... 이 설정 언제 버릴 거야... 여성 버디에만 더 집중하는 영화들이 나왔으면 한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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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인 더 하이츠 (In The Heights, 2021)
천재. 존추. 앞으로 모든 댄스 뮤지컬 영화 감독 다 존추 맡겨야 한다. 스텝업을 찍었던 짬바로 이보다 더 화려할 수 없는 댄스 신을 선보인다. 최근 BLM 사태 등을 인식해서 베니가 차별 받는 내용은 없애고 불법체류자 문제를 다루는 등 조금은 업데이트되었다고 느꼈음. 알라딘을 떠올리게 하는 프롤로그 & 에필로그는 좀 뻔했고 굳이 우스나비 딸래미를 등장시키는 정상가족에 대한 집착도... 탈락... 하지만 뜨거운 태양 아래 코로나는 마치 전생의 일이었다는 듯 수백 명이 춤추는 모습을 보면 절로 어깨가 들썩인다. 댄스얼롱 상영회가 필요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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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콰이어트 플레이스 2 (A Quiet Place Part II, 2020)
천전편과 마찬가지로 견딜 수 있을 정도의 고만고만한 스릴과 점프스케어. 1편 마지막을 보고 인간의 반격 편이겠군 했는데 아니었다... 최근 나온 스릴러 영화라 그런지 주인공 성비나 역할, 장애가 있는 주인공 등 다양성을 고민한 흔적이 많이 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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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미나리 (Minari, 2020)
이 영화의 가장 한국적인 지점은... 할머니가 손녀는 안중에도 없고 손자만 오구오구 예뻐한다는 점이 아닐까!? 내가 교포가 아니라서 그런지 크게 감흥 없던 영화. 할머니가... 그렇게 돌아가신(자살?) 것도... 의미를 잘 모르겠다... 비단 재미교포 뿐 아니라 미국으로 건너 온 다른 이민자들의 마음을 건드린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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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노매드랜드 (Nomadland, 2020)
고립보다 자립을 택한 길 위의 사람들. 과연 자연 경관은 압도적이었고 노매드들의 삶도 마냥 환상적으로 그리지는 않았지만 현실에 비해 엄청나게 안전해 보이는 주인공... 여자 노숙인들은 성폭행 위험 때문에 제대로 잠도 못 잔다던 기사가 생각이 나기도 했고. 명백히 사회 안전망 시스템의 실패로 인해 생겨난 삶의 방식을 그 나름대로도 가치가 있다고, 보면서 아름답다고 얘기해도 되는 건가!? 싶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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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리틀 몬스터 (Little Monsters, 2019)
포스터 보고 당연히 루피타 뇽오 단독 주인공인 줄 알았는데 음습찌질백인남주가 나오다니... 현장학습 나온 아이들의 꿈과 환상을 깨지 않으면서 좀비들한테서 살아남는다는 설정은 캐롤라인 캐릭터만 가지고도 충분히 끌어나갈 수 있었을 텐데 굳이 루저 백인 남주를 등장시켜 갱생의 기회까지 제공한다는 게(+당연히 캐롤라인과 이어짐) 개탄스럽다. 그리고 성적인 농담과 장면들 왜 이렇게 많이 넣었는지 이해 안 됨 오드리 사진 보고 자위하는 남주 내가 꼭 봐야 되냐...? 천진난만한 아이들이랑 대비하려 한 건지 뭔지는 모르겠으나 그냥 역겨울 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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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클로버필드 10번지 (10 Cloverfield Lane, 2016)
대체 왜 이렇게까지... 이렇게까지 주인공을 고난과 역경 속에 빠트리는가... <그래비티>를 볼 때 그만... 이제 그만! 외쳤던 기분이 생생하다. 외부가 오염되어 있다는 말은 당연히 거짓말인 줄 알았는데 사실이었다는 게 오히려 반전이었다. 너 가부장제가 나아 오염돼서 타죽는 게 나아? 너무나 진지한 태도로 말도 안 되는 얘기들을 하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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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플로리다 프로젝트 (The Florida Project, 2017)
디즈니랜드가 생기면서 망해버린 유원지를 배경으로 빈곤을 다룬 좋은 영화이긴 했는데, 남자 감독들이 빈곤을 다룰 때 여성 성매매 종사자를 주인공으로 설정할 때마다... 께름칙하다. 왜...? 왜요... 싶은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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