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요 국립무용극장 <익스트림 바디> 후기: 맨손으로 벽을 오르기를 선택한 사람들
샤요 국립무용극장 <익스트림 바디(Corps extrêmes)>
- 공연기간: 2023.10.06~2023.10.07
- 공연장: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 출연: 조엘 아주, 타밀라 드 네예르, 클로테르 푸슈로, 자비에 머모드, 패트리샤 마인더, 세페 반 루베렌, 막심 세거스, 오웬 윈십, 앙투안 크레티논, 카밀 두마스
- 컨셉: 라시드 우람단
- 음악: 장-밥티스트 줄리앙 / 영상: 장-카미유 고이마르 / 조명: 스테판 그라이요 / 의상: 카미유 파닌
- 제작: 샤요 국립무용극장 (Chaillot Theatre national de la Danse)
앨리슨 벡델의 그래픽 노블 <초인적인 힘의 비밀>에서 자신을 혹사하면서까지 익스트림 스포츠에 매진하는 에너지의 근원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는 말을 인상 깊게 봤었다. 정형외과 의사가 싫어하는 운동 1위인 클라이밍이 요즘 전례 없이 핫하다. 금요일 밤 홍대에 가면 술집이 아니라 다들 벽에 매달려 있다. 라시드 우람단의 <익스트림 바디>는 세계 신기록을 보유한 하이라인(외줄타기) 선수 나단 폴린의 이야기로 포문을 연다.
여행지 엽서에서나 보던, 아찔하게 깎아지른 산에서 다른 산으로 수km의 하이라인을 타고 횡단하는 나단은 (당연하게도)줄 위에서 자기 자신과 조우한다. 무섭다고 해도 돌아가거나 뛰어내릴 수는 없다.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남은 줄을 건너가는 것 뿐. 위협적으로 부는 바람이 오히려 긴장과 즐거움을 부추기고, 스스로의 공포를 극복하고 나면 나는 듯한 기분이 남는다. 연습 중에 포터의 동작실수로 떨어졌다는, 그러나 자신의 밑에 깔린 포터만 부상을 당했다는 한 아크로바터는 이렇게 말한다. 아크로바틱 수련의 과정은 어떤 단계를 해내고, 또 더 어려운 것에 도전하고, 해내고, 또 그 다음 어려운 것에 도전하는 것이라고. 우리 앞에 당면한 모든 과제가 본질적으로 이러하지만 요즘 들어서는 이런 요령 없는 끈질긴 자세가 종종 폄하되는 것 같다. 두 팔과 두 다리만으로 높은 곳으로 오르고 뛰어내리는 핸드 아크로바틱은 언제나 아슬아슬한 긴장을 넘어서는, 애초에 저런 동작을 시도하고 갈고 닦은 아크로바터들에게 경외를 품게 한다. 아크로바터들은 바람처럼, 날아오르는 새처럼 무대 위를 달리고 두 손으로 동료를 던져 올린다. 그리고 모두들 언제나 땅으로 돌아온다. 자연의 험준한 암벽을 오르는 니나 카프레즈의 영상이 나오고, 클라이머가 볼더링 벽처럼 홀드가 붙어 있는 벽체를 사선으로 올라간다. 벽을 탈 때면 또 하나의 자신은 루트를 찾으며 암벽을 오르는 자신을 관망하고 있다는 니나의 말처럼, 벽체에 매달린 클라이머는 벽에 영사된 영상 속 암벽을 오르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 돌의 독과 붓기 때문에 퉁퉁 부어오른 니나의 손이 클로즈업되며 벽을 가득 메운다.우리 모두는 높이 올라가려는 욕망이 있는 걸까? 클라이머도, 줄타기 선수도, 아크로바터도,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해 도구의 도움 없이 두 팔로 던지고, 받고, 벽을 오르려 한계까지 단련한 익스트림 바디.